동서고금을 통해 인간은 좀 더 빨리 이동하고 싶은 욕구를 지녀왔다. 소설 속에서 축지법이나 공간이동이 등장하는 것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는 속도로 이동하고 싶은 바람을 읽을 수 있다.
빠르기에 대한 욕구는 지속적으로 교통수단을 발달시켰다. 처음에는 마차에서 비행기까지. 특히 비행기는 속도에 대한 열망에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존재해온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까지 실현시켜줬다.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인간의 욕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행기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결국 한계라고 여겨진 소리보다 빨리 날 수 있는지에도 도전하게 됐다.
소리가 1초에 다다르는 거리를 의미하는 음속은 마하라는 단위로 쓰이고 대기압과 기온에 따라 달라지며, 대기 중 1기압 섭씨 15도에서 음속인 340㎧를 평균으로 본다. 이 음속으로 난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30분 만에도 갈 수 있는 셈이다.
2차 대전을 치르면서 비행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공중전과 공습전이 승전쟁에서 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면서 미국과 옛 소련이 비행기술 개발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도 가장 빨리 날 수 있는 비행기는 음속을 돌파하진 못했다. 사실상 어떤 기술로도 초음속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이를 실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의 속도라는 장벽을 넘기 위해서 미국 육군과 해군은 미국항공자문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해 개발을 시작했다. 1945년부터 벨사와 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들어간 미국은 수차례 시험과 실패를 거듭하다. 1947년 10월 14일 마침내 캘리포니아 남부 상공에서 첫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다.
이때 사용된 비행기는 X-1호기. 이 비행기를 조종한 사람이 2차 대전 때 무스탕 전투기를 몬 경험이 있는 스물넷 공군 대위 찰스 옐우드 척 예거였다. 예거가 조종한 X-1호는 그 자체로는 이륙부터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없어 모선인 B-29에 실린 채 비행을 시작해야 했다.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B-29에 실려 이륙한 X-1호기는 지상 3.7㎞ 고지에서 분리돼 마침내 마하 1.06(시속 1133㎞)의 속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척 예거는 인류 인류 최초로 초음속 비행을 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척 예거 이전에도 초음속 비행 성공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기록이 최초의 공식적인 음속 돌파임은 확실하다.
척 예거의 초음속 비행 성공은 당시 만연한 편견을 깨는 호쾌한 사건이었다. 그의 도전은 상업적으로는 호화 여객기로 한 시대를 풍미한 콩코드까지 가능케 했고, 동시에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