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10월이면 노벨상이 그리운 한국

해마다 10월이 되면 우리 국민은 마음이 설렌다. 노벨상 수상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수상도 기대를 걸곤 하지만 특히 우리 과학계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및 화학상에 모든 눈을 집중시킨다.

올해도 국민의 기대가 큰 반면 우리 과학계의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1901년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노벨상을 여태까지 한 사람도 타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올해도 노벨 화학상을 2명이나 수상해 그간 18명의 수상자 중 과학상만 15명이 차지했다. 전 세계 0.3%밖에 안 되는 유태인은 노벨 과학상의 30%를 석권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영국의 에드워드 교수에게 돌아갔다. 시험관 아기가 탄생되도록 이들이 개발한 체외수정 기술은 어머니의 자궁과 똑 같은 실험장치를 개발해 수정 후 다시 어머니의 자궁에 이식시키는 것이다.

1958년부터 1978년까지 장장 20년간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온 힘을 쏟은 결과, 1978년 7월 25일 여아 루이스 조이 브라운이 최초로 태어났고, 2000년엔 100만명, 2010년엔 400만명이 시험관 아기로 탄생했다.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이 생명윤리를 어기는 것이 아니며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건강하고 2세도 정상적으로 낳는다는 사실이다.

물리학상은 차세대 신소재로 손꼽히는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러시아 태생 2명의 영국 교수들이 수상했다. 이들은 2004년에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로 한층 한층 분리해내 결국 2차원 탄소 원자 층인 마지막 한 층의 그래핀을 처음으로 분리했다.

우리나라 재미 과학자 한 명도 2005년에 그래핀의 양자물리적 특성을 입증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꿈꿨지만 그 당시 10층까지만 분리했다. 1층에 조금 모자랐던 셈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2009년에 그래핀을 대량 생산해 전자산업에 적용하는 기술을 발견한 한국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는 2명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점이다.

노벨 화학상은 팔라듐 촉매를 이용해 탄소 결합반응을 발견한 일본인 과학자 2명과 미국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인류가 신약이나 플라스틱 같은 혁명적 소재를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 중고생들은 수학이나 과학경진대회에 나가면 전 세계 1∼5위를 휩쓴다. 고1의 문제해결 능력은 OECD 회원국가 중 1위이다. 그런데 왜 노벨과학상은 못 타는 것일까. 3∼4년 동안 단기적인 진학이나 취직에 필요한 공부만 했지 자기적성에 맞는 공부는 안했기 때문이다. 또, 창의성과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교만 탓할 일이 아니다. 기업과 연구기관도 책임이 있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인류를 위한 연구개발이 아닌 제품개발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100년까지 노벨 과학상 수장자를 50명 배출한다는 100년 노벨계획을 2000년에 수립했다. 노벨상 가능성이 있는 과학자들을 발굴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 5년마다 바뀌는 과학기술 정책으로는 어림없다. 우리도 장기적인 노벨상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20∼30년 후엔 우리 한국인도 3∼5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탄생할 것을 기대하면서.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 고려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