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토의 참석자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안형근 지식경제부 태양광에너지 PD
이해석 신성홀딩스 연구소장
임영진 주성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오승민 OCI 부장
※사회=김동환 고려대 교수
태양광산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이슈이면서 시장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투자한 비용에 비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등이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태양광 관련 소재나 부품, 모듈, 장비 분야는 반도체 · 디스플레이 분야를 이어갈 차세대 먹을거리임에 틀림없다. 전자신문과 지식경제부 · 에너지관리공단 · 한국태양광산업협회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3회 그린오션포럼(Green Ocean Forum2010)`에서 태양광 분야 전문가들이 핵심 이슈와 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사회(김동환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최근 태양광 시장 흐름은 결정질 태양전지가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막 태양전지 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다. 박막 태양전지는 설 땅을 잃어버리고 고사하는 것 아닌가?
◇임영진 주성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발전소만 보면 결정형이 비전 있다. 하지만 앞으로 빌딩이나 개인주택에도 태양광이 적용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 등에 박막이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생활 곳곳에 응용분야가 다양한 것은 오히려 박막 태양전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비정질(a-Si) 등 박막 태양전지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해석 신성홀딩스 연구소장=CIGS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기업체에서 박막 연구도 해봤기 때문에 양쪽의 장단점을 잘 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결정질은 장비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 박막 CIGS 턴키 라인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까지 CIGS 업체 가운데 양산라인을 구축했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다. 장비 업체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박막은 힘들어질 것이다. 4가지 물질을 대량생산 라인에서 컨트롤 가능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면적에서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이성호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가격 측면에서 결정형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효율도 해마다 0.5%씩 개선되고 있다. 턴키 장비 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예전에는 100㎿ 양산라인 구축하는데 1000억원이 넘게 들었는데, 지금은 500억원 정도면 된다. 절반 가격에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박막형은 카드뮴텔룰라이드(CdTe) 빼고는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박막은 틈새시장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태양광 발전단가와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가 언제 온다고 보나?
◇이성호=정부 측 기조연설에서 언급됐듯 5년 안에 국내에서도 그리드패리티 올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전기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2015년이면 태양전지 가격이 와트(W)당 1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생각한다. 2017년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리드패리티가 올 것으로 본다.
◇오승민 OCI 부장=그리드패리티가 중요한 이유는 수요가 폭발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현재 그리드패리티 아니지만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태양광 시장이 성장하는데 사회적 인식이나 환경적 인식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인식의 전환-수요폭발-규모의 경제 달성-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그리드패리티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사회=태양전지 효율은 경제성과도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효율의 한계는 어디라고 보나.
◇이해석=결정형 태양전지의 이론적 효율 한계는 30%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퀀텀도트와 같은 나노구조 등을 적용해야 한다. 25%를 넘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안형근 지식경제부 태양광에너지 PD=현재 우리 정부는 효율 21%를 타깃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오승민=소재가 중요하다는 말을 고객사들이 많이 한다. 폴리실리콘이 나인나인(99.9999999%)급 이상이 돼야만 20%가 넘는 고효율 결정형 태양전지 만들 수 있다고 OCI는 보고 있다.
◇임영진=2011년이면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이 21% 정도는 될 것이다. 박막 태양전지 효율은 11% 정도로 예상한다. 태양광 효율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년보다 최근 효율 발전 속도가 빠르고, 좋은 장비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30%도 가능하리라 본다.
◇김동환=중국이 태양광 후발주자인데 선두로 도약한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 찾아야하나.
◇이성호=중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 산업에 346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선텍에 500억위안, 약 9조원을 지원했으며 잉리솔라, 트리나솔라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플레가 10%가 넘는데 정부가 대출해주는 자금의 금리가 보통 2% 이하다. 중국에서 `천인`, 즉 1000명의 태양광분야 세계 석학을 모은다는 말이 있는데 벌써 8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돈이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모이니 기술도 발전하는 것이다.
◇안형근=중국의 엄청난 혜택들이 쇼크로 다가온다. 우리와는 태양광 산업 지원 자금이 10배 이상 차이난다. 우리가 세종시를 두고 투자시기를 놓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엄청나게 투자를 해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 업체들 투자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다. 대체 부지를 조성해 주거나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등 국가적 지원이 많으면 좋겠다. 태양광 6조원 펀드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중국이 6조원 지원했으니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3년 후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임영진=누가 봐도 중국의 기본적 원동력은 정부 의지다. 중국은 지난 2000년 초 대만에서 반도체 기술을 들여와 산업으로 성장시키려고 해봤으나 실패했다. 다음으로 LCD를 들여왔으나 역시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선택한 게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이다. 중국에 있는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이 굉장히 우수한 기술자가 있어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투자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업체는 태양전지 기술자가 1명 정도에 불과하다. 2000~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태양광이 뭔지도 모른다. 과거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기술을 알아야 했지만 태양광은 기술 장벽이 굉장히 낮다. 턴키 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투자에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양으로 승부하니 중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이를 기업 차원에서 따라잡기는 어렵다. 중국이 따라오고 싶어도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고효율 생산기술이나 박막 태양전지 등 특수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부품이나 폴리실리콘 등 소재 산업에도 하루 빨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김동환=기업들이 관심이 있는 건 자금조달이다. 자금조달을 쉽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안형근=시장이 커지면 투자는 자연스레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태양광 시장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선텍이나 미국 퍼스트솔라와 같은 대표기업이 나타나야 한다. 태양광 대표기업이 나타나고 업계 규모가 커지다보면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이 주저하지 말고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또 OCI처럼 확실한 자기 사업군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면 투자자들도 믿음을 갖고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김동환=업계에서는 이른바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위해 보급 활성화를 원하고 있다. 보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겠는가.
◇이성호=수출산업화에만 포커스를 맞춘 정책은 외다리 정책이다. 수출산업화와 보급 확대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보급 활성화는 국내 태양광산업과 신규기업의 신인도 향상에도 기여한다. 또 새로운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해 궁극적으로 우리 태양광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일조한다.
해외 선도국가도 산업화와 국내 보급정책 강화를 병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독일이나 일본이 견고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산업을 선도하고 있고 중국도 그 동안의 산업정책 위주에서 보급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은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보급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해외시장의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급목표는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낮다. 2020년까지의 누적 목표만 보면 일본이 28GW, 중국이 20GW에 독일이 33~50GW, 이탈리아가 17~25GW, 프랑스가 24~30GW이며 심지어 터키도 7~10GW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국내 보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리=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