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국 애틀랜타의 척수 · 두뇌 신경전문병원 셰퍼드센터가 생명공학기술 업체 제론의 후원을 받아 가슴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에게 인간 배아 줄기세포 200만개를 주입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임상(臨床)!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환자 병상 가까이에 다가섰다는 여러 보도에 13일 한국 생명공학기술 관련 업체의 주식 거래 가격까지 들썩였다. 어느 언론사는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고치는 시대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시론을 냈다.
성급하면 안 된다. 사람 얘기니까. 세상을 어지럽게 해서도 안 된다. 환자는 간절하니까.
특히! 그때 그곳은 복마전이었으니까. 박쥐구실로 혹세무민하고, 거짓말과 공작이 난무했던 그곳…. 황우석 옛 서울대 교수 연구실. 낯 뜨거웠던 그때(2005년)를 기억해야 하니까. 모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되 연구원 난자 제공 문제 등을 두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해낸(299쪽)` 과학기술자가 다시 등장하지 않게 조심하고 단속해야 하니까.
한학수의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2006년 11월 초판 1쇄)`는 매우 소중한 기록이다. 꼭 후일에 남겨 때때로 되새길 가치가 넘친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모든 것을 의심(50쪽)”한 지은이의 탐사 과정이 온전히 담겼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내가 거기에 나서야 하며, 결연하게 말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 논문은 거짓입니다(62쪽)”라고.
“실험보다는 대통령과 줄을 놓아준 거… 그게 크죠. 실제로 대통령의 `참 잘했습니다. 지원하겠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정부의 지원이 일사천리로 돌아간 거죠(94쪽).”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박기영 순천대 교수의 당시 역할이다. 박 교수는 거짓말을 하던 이의 첫 줄기세포 관련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완벽하게 속았기에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어디 속은 게 박 교수뿐이었을까. 온 시민과 세계가 씁쓸했다. 오죽했으면 2005년 12월 `병원 입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진(449쪽)` 거짓말 하는 과학기술자를 문병했던 한 고위 공무원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2004년(에 만든) 1번 줄기세포는 있겠죠. 설마 그것마저 거짓말을 했겠어요”라고 했을까. 물론 그것마저 거짓이었다.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해 확립한 줄기세포가 아니라 미성숙 난자로부터 우연히 얻은 `처녀생식에 따른 줄기세포`였다. 이것만 해도 가치 있는 논문이 될 수 있었으나 황우석 연구팀은 체세포 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지문 검사를 외면(492쪽)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픈 욕심에 논문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10월 서울대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를 앞두고 황우석 연구팀의 대변인 노릇을 했던 안규리 서울대 교수가 기자에게 냈던 짜증도 기억에 새롭다. “언론이 왜 (나라와 여러 불치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를 이렇게 흔들어 놓으세요?” 그도 속았던 모양이다!
최고 권력에 빌붙는 과학기술자, 그를 이용해 실험용 동물과 여러 시약을 파는 자본가, 허세 부리는 언론과 관료…. 그들로부터 시작한 2005년 `광풍(狂風 · 320쪽)`은 늘 다시 몰아칠 수 있다. 절대로 성급하면 안 된다.
한학수 지음. 사회평론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