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시 또 다가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음주로 괴로움을 겪게 되는 기간이다. 과음이 간질환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적당량의 술이 만성질환에는 예방효과가 있다는 `술 예찬론` 보고서도 간간이 제기됐는데, 이와는 반대로 성인의 혈당이 한 번 올라가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원인이 음주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김원호 질병관리본부 생명의과학센터 대사영양질환과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음주가 당뇨병을 촉진시키는 세포내 원인 신호체계를 규명해, 연구결과를 세포생물학 분야 학술지 생화학저널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알코올 중독성 질환자의 30∼40%가 당뇨병을 갖고 있다는 임상적 소견에 따라 동물실험을 통해 알코올이 췌장세포의 기능저하 및 세포사멸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한 것. 쥐를 이용한 실험결과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한 쥐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세포의 크기가 감소하고 혈당 분해효소(글루코카이나제 · GCK)도 감소해 당분해 능력이 급격히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를 하면 췌장 속의 GCK가 알코올로 생성되는 독성산화물질들에 의해 구조변화를 일으키면서 쉽게 분해돼 그 양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알코올을 8주 동안 먹인 쥐에 인슐린을 주사한다 해도 정상군 쥐들에 비해 당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크게 감소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술을 마시면 GCK 구조가 변화돼 혈액 속의 당을 제대로 분해시키지 못하고 이로 인해 혈당 분해에 중요한 인슐린을 생성 · 분비하는 췌장세포의 기능이 저해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알코올 섭취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GCK 및 인슐린 증가는 독성을 방어하기 위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예방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음주문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은 국내총생산(GDP)의 2.8%에 해당하는 20조990억원(2005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례행사처럼 폭음이 반복되는 연말연시, 미리부터 `무알콜`로 방침을 정해놓는 것도 건강에는 좋을 듯 하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