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거리보다는 방향

골퍼를 슬프게 하는 샷은 여러 가지가 있다. 힘차게 돈가스 만한 잔디를 떠냈음에도 공은 정작 눈앞에 도르르 굴러갈 때. 그린 건너편으로 왔다갔다 어프로치하다가 포기하고 손으로 공 주워들 땐 정말 골프가 싫어진다.

무엇보다 이번엔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잘 맞았는데 페어웨이에서 멀어지는 공을 바라볼 때 심정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러지.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골퍼가 심심찮게 겪는 상황이다. 바로 조준선정렬(에이밍)의 문제다. 골프가 거리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수개월 연습장에서 땀을 흘린 초보가 필드에 나서면 모든 게 급하다. 연습장보다 잘 안 맞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샷을 기다리는 동반자와 캐디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얼른 뛰어가서 대충 목표방향 보고 스윙을 해버린다. 물론 대부분이 좋은 샷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용케 잘 맞았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더 커진다. 7번 아이언이 잘 맞아서 140미터를 날아갔다고 치자. 선 자리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은 방향 오차가 140미터 뒤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그린 주위 벙커로 들어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컨드 OB샷이라도 나면 두 다리 힘이 쭉 빠져버린다.

TV에서 보면 투어프로들도 샷을 하기 전 양손으로 채를 들어 한 번 겨냥한 뒤 자세를 잡는다. 에이밍이 골프 플레이의 기본이자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방향을 설정하는 방법은 볼 뒤에서 채를 들어 타깃을 본 다음, 그 선상 아래 볼 앞 30㎝~10m 정도의 특정한 표식(디봇 자국이나 낙엽 등)을 찾는다. 그 선을 기억하면서 양발을 그 선에 평행하게 한 다음 그립을 하며 어드레스를 한다. 그 다음은 자신의 방향 판단을 굳게 믿고 샷을 하는 것이다. 티박스에서 하는 티샷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동작을 만드는 데는 불과 십여초면 충분하다. 아예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밍이 귀찮아 대충 치고 말겠다면 가급적 9번 아이언보다 긴 채는 잡지 않는 것이 좋다. 내기하는 동반 플레이어를 정말 기쁘게 해줄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