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 시급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10/044416_20101014134154_429_0001.jpg)
북한 주민의 외부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부쩍 늘고 있다. 깊은 밤이면 KBS사회교육방송과 미국의 VOA, RFA 방송에 주파수를 맞추는 사람, CD · DVD · 테이프로 한국과 외국영화를 보느라 밤을 새우는 사람, 한국 게임과 교육프로그램에 열광하는 학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NK지식인연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평양과 청진, 함흥 등 북한 내부에서 돌고 있는 한글판 전자도서의 편수가 무려 5만편이나 된다고 한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하면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의 공식적 정보접근성 지수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다.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성 수준을 높이는 것은 이들이 자기 자신과 주위세계를 더 잘 파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한다.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려면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기기가 많이 보급되도록 대북 수출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북한 내 컴퓨터 수는 150만~2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지만 그래도 인구 수에 비하면 세계적 평균수준에 못 미친다. 북한은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IT가 앞선 나라였다. 그러나 초대규모직접회로기술로 만들어지는 마이크로컴퓨터시대에 들어와서는 집적회로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재원이나 기술도 없고 코콤(공산권자본수출통제기구)의 제약으로 첨단기술 도입이 어렵게 되면서 크게 퇴보했다. 현재는 데스크톱 한 대도 생산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결국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려면 외부에서 북한에 많은 컴퓨터를 보내야 한다.
도처에 쌓여 있는 중고컴퓨터를 북한에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요즘 들어 자꾸 커진다. 안 쓰는 중고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가 한국에는 도처에 쌓여 있지만 정작 북한에 들여보낼 수 없다. 그 이유는 바세나르 협약과 미국의 캐치올 제도에 의한 규제 때문이다. 코콤의 후신인 바세나르 협약은 컴퓨터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 및 장비와 원천기술이 테러지원국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약하고 있다. 미 상무부의 EAR 규제는 바세나르 협약보다 제한조건이 더 엄격하다. 바세나르 협약은 초당 3000만번의 연산속도를 가진 컴퓨터는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에 수출하면 안 된다. EAR 규제는 초당 2500만번으로 더 엄격하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첨단기술과 장비 수출 금지는 테러확산을 금지하고 국제 평화를 지키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바세나르 규약이 체결될 당시 보급된 컴퓨터는 IBM PC 486 정도였다. 그래서 수출입을 금지하는 컴퓨터의 사양도 초당 3000만번으로 규제했다고 본다. 지금은 컴퓨터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요즘 개인이 쓰는 데스크톱의 연산속도가 초당 1억번 이상으로 높아졌다. 다시 말해 바세나르 협약이나 미국의 EAR 캐치올 제도에서 규제하는 컴퓨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바세나르 규약이나 미국의 EAR 캐치올 제도가 규제하는 컴퓨터 사양도 이제 저사양 펜티엄급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많은 중고컴퓨터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된다. 북한도 중고컴퓨터를 많이 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 컴퓨터 보급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면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성 향상은 바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체제개혁의 마인드 향상으로 이어지는 매우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romeo41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