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산업전 2010`. 일군의 관람객 발길이 LG이노텍 부스에서 멈춘다. 사람들은 3차원(D) 영상용 안경을 쓰고 화면에 비친 정지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다. TV 속 인형들이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원근감으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3D 화면을 촬영한 장비가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닌 모바일 기기용 카메라 모듈이라는 점이다. LG이노텍이 생산한 3D 카메라 모듈은 휴대폰 ·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작다. 카메라 모듈 업체의 기술개발에 힘입어 개인 휴대폰으로도 3D 화면을 촬영할 수 있는 날이 성큼 다가왔다.
◇고화소의 한계에 도전한다=처음 휴대폰에 카메라가 탑재될 당시 소비자는 거친 화질에 단순한 스냅샷 정도의 사진만 찍을 수 있어도 만족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카메라로 고품질 사진을 찍기 원하는 사용자가 늘면서 휴대폰 카메라 화소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은 고가 휴대폰 시장 성장은 초소형 카메라 모듈 기능 경쟁에 불을 붙였다.
증권사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500만화소급 이상의 카메라 모듈 시장은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5% 안팎에 머물렀지만 올해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10%P 이상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500만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일반 휴대폰(피처폰)의 경우 200만~300만화소 안팎의 카메라가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내년께 500만화소 이상급 카메라 모듈 시장 비중이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메라 모듈 업체의 전략도 고화소 제품군 생산량 증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기는 올해 들어 500만화소 이상 카메라 모듈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상반기 500만화소 이상급 카메라 모듈 생산비중이 15% 미만이었지만 올해 20% 안팎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은 스마트폰용 고화소 카메라 모듈 출하량 확대 덕분에 실적이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533억원, 2분기 535억원의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7월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에 500만화소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RIM에도 신규로 공급하면서 3분기 매출액은 85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파트론 · 캠시스 등 그동안 피처폰용 카메라 모듈에 주력했던 업체도 스마트폰용 고화소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SLR 부럽지 않은 부가기능=최근 휴대폰용 카메라로 전문가 못지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업체의 화소경쟁과 함께 각종 부가기능까지 탑재하게 됐기 때문이다. 자동초점(AF) · 흔들림방지기능 · 광학줌 등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AF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 모듈은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전체 카메라 모듈의 10% 안팎에 그쳤다. 최고급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AF 기능이 적용된 셈이다.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40%, 올해는 50%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업체에서 생산하는 카메라 모듈의 절반 정도가 이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AF를 구현하는 부품인 `AF액추에이터`를 내재화해 자체생산하기도 하지만 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도 뒤지지 않는다.
태극기전은 최근 자성체를 이용한 전기제어를 원리로 하는 `스텝 방식 AF 액추에이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1초당 35개 화면을 고속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어 별도의 추가 기능 없이도 손떨림 보정, 고화질 동영상 촬영 등이 가능하다. 태극기전은 자석기둥을 중심축으로 전류량에 따라 렌즈가 상하 운동 및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을 적용해 초고속 자동초점 기능을 구현했다.
하이소닉은 삼성전자 외 여러 휴대폰 회사에 AF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총 3000만개의 AF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계 AF 시장 점유율 17%로 기술력과 제조 역량이 강화되고 있어 올해는 20%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엔드급의 극히 일부 제품에 한해 광학줌 기능을 탑재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아직 전체 카메라 모듈 시장의 1%도 안 되는 양이지만 삼성전자와 일본 히타치는 지난해 3배 광학줌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각각 출시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SCH-W880은 3배 광학줌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휴대폰 카메라 마니아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