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빅 데이터` 시대의 경쟁우위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빅 데이터`라고 부른다. 18개월마다 데이터 규모가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기업의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급증하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늘어나는 데이터의 상당수는 `쓰레기`가 될 공산이 크다. 오죽하면 스토리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최고정보책임자(CIO)의 볼멘소리가 나올까.

더 중요한 문제는 빅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드물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통찰력을 얻는 것은 고사하고 그럴싸한 분석 역량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이 허다하다.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와 분석역량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뉴 노멀` 시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분석 역량에 대한 관심은 최근들어 급속도로 고조되는 분위기다.

`MIT 슬로언매니지먼트리뷰` 2010년 가을호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의 경영진은 매출증대나 비용절감보다 혁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혁신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세련된 분석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분석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세련된 분석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특정 부서나 몇몇 전문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실상 기업 전체가 거대한 연구실이 돼야 한다.

하루에 수백건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구글이나 고객별로 상이한 웹사이트를 보여준 후 내비게이션 행태를 분석해 끊임없이 최적의 홈페이지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아마존닷컴의 `A-B실험`은 분석 역량과 이를 활용한 실험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전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북미의 캐피털원이라는 금융회사는 94년에 카드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북미지역의 메이저급 카드회사가 됐고, 지금은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캐피털원의 무기는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한 무수한 실험이다. IT전문가, 금융애널리스트, 마케터 등이 참여하는 협업조직이 1년에 무려 6만5000회의 테스트를 한다. 신제품 아이디어, 시장 세분화 등 테스트 종류도 다양하다. 실패를 용인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실험을 계속 하니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이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실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거나 그럴 역량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도 문제다.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10가지 주목할 만한 기술 기반 비즈니스모델`이라는 보고서에서 신기술 활용에 따른 혼돈을 피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를 통한 학습(test and learn)`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석 역량을 갖추고 분석과 실험을 독려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분석역량이 곧 경쟁우위로 이어지는 시대다.

박서기 CIO BIZ+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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