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지구촌을 달구는 또다른 `핫 아이템`

지난 2009년 독일에서는 사상 최대의 태양열 발전 계획인 `데저텍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지멘스 · 도이체방크 등 12개 업체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4000억유로, 우리 돈으로 약 620조원을 투자해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 발전소를 지어 2050년까지 유럽연합(EU) 전력 사용량의 15%를 공급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올해 초 5개 업체가 더 참여하면서 참가기업이 17개로 늘어난 데저텍 프로젝트는 이르면 5년 안에 이탈리아 지역으로 송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는 지난 8월 미국에서 가장 큰 태양열 발전소 건설 계획인 `아이반파`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브라이트소스에너지가 모하비 사막에 392㎿ 규모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14억달러(약 1조56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아이반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1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3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1000㎿짜리 태양열 발전소인 `블리드 프로젝트`를 승인하기도 했다.

시장이 고사위기에 빠진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태양열 보급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각국 정부가 보급을 장려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열은 “잠에서 깨어나는 거인”=글로벌 태양열 시장은 대형 발전소에 사용하는 집광형 태양열 발전(CSP)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SP(Concentrating Solar Power)란 태양열로 물을 끓여 여기서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열 발전은 20세기 초부터 상용화가 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1970~1980년대 석유파동 당시 반짝 인기를 끌다가 유가 하락으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유가가 상승하고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되살아났으며 현재는 기술 보급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태양열 발전 시장은 2009년 0.29기가와트(GW)에서 2014년 10.8GW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현재 미국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10여개의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에는 30여개의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에너지리서치(EER) 역시 글로벌 태양열 발전 시장이 2014년 13.9GW, 2020년 25GW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발표한 `태양열 발전-잠에서 깨어나는 거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태양열 발전이 2012년부터 매년 50% 이상 급성장하면서 2020년 18GW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라볼릭형이 90%를 차지=태양열 발전기 구조는 크게 집열 · 축열 · 발전장치 등 세 부분으로 나뉘며 집열 방법에 따라 파라볼릭 · 타워 · 접시 · 프레넬 등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파라볼릭형은 긴 원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의 반사경으로 빛을 모으는 방식으로 시스템 안정성이 좋고 높은 효율이 가능해 전 세계 태양열 발전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대 25%의 효율을 낼 수 있다. 타워형은 여러 개의 반사거울을 설치하고 그 중앙에 위치한 타워에 빛을 집중하는 방식이며 접시형은 접시형태의 집열기로 빛을 한 곳에 모으는 형태다. 프레넬은 파라볼릭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평면거울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접시형은 소규모 분산전원에 어울리며 나머지는 대규모 발전소에 사용된다.

지금은 90% 이상이 파라볼릭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계획 중인 태양열 발전소의 76%만이 이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며 접시형(13%)과 타워형(8%)이 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2년까지 미국 태양열 발전 시장의 40%를 파라볼릭형이, 31%를 접시형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스페인은 96%를 파라볼릭형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은 발전소가 주류를 차지하고 미국은 발전소와 일반 가정용으로 시장이 양분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업 참가 느는 가운데 풍력업체 참여 `눈길`=태양열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태양열 시장이 스페인과 미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이 지역에 포진해 있다.

스페인에는 아벵고아 · 이베르드롤라 · 알스톰 · MAN페로스틸 솔라 · 솔라밀레니엄 AG 등 다수의 태양열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2013년까지 총 150억유로를 투자해 태양열 발전소를 6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독일 솔라밀레니엄은 2009년 3월 총 3억유로를 투자해 스페인에 유럽 최초의 축열식 태양열 발전소인 50㎿급 안다솔-1을 준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발전소는 용해소금에 열을 저장할 수 있어 밤에도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인 최대 태양열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벵고아는 솔라밀레니엄과 함께 태양열 전 밸류체인을 커버할 수 있는 기업으로 현재 300㎿과 42㎿급 등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브라이트소스에너지와 솔렐솔라시스템 · 오스라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최근 풍력업체들의 태양열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풍력업체 이베르드롤라가 600㎿ 규모의 태양열 발전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가 하면 악시오나도 215㎿급 발전소를 건설할 방침이다. 악시오나는 이미 65㎿ 발전소를 세운 바 있다. 이 밖에 FPL과 엔데사 · EDP · 에넬 · 에퓨론 등 풍력 업체들이 잇따라 태양열 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에 대해 “풍력 업체들이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일사량이 적어 태양열 발전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동 · 북아프리카 지역 등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