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낮은 금리로 한국은행으로부터 정책자금을 받아, 5%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 수준은 6.25~6.85%로, 당시 일반 중소기업 대출금리(5.58~6.20%)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은행들의 정부 정책금융을 통한 전형적인 잇속 챙기기로, 이를 방치한 한국은행의 책임론이 지적됐다.
18일 김용구 의원(자유선진당)이 한국은행 국감에 맞춰 배포한 `총액한도대출제도의 수혜는 금융기관이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연 1.25~1.56%의 저금리로 은행에 배정한 총액한도대출금이 중소기업에 대출될 때는 최고 6.85%의 금리가 적용됐다. 총액한도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금액을 크게 늘려, 2008년말 1970억원에서 2009년말에는 1조9019억원으로 확대했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대출하는 총액한도대출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9월 이후 크게 하락했다. 2008년 9월 3.5%에서 12월에는 1.91%로 낮아졌으며, 지난해 들어서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2009년 3월 1.25%까지 내려갔다. 시중은행들은 총액한도대출금 가운데 특별지원한도 대상 대출금리를 지난해 1~7월 6.2~6.85%로 운영했다. 1월과 2월만 각각 1.56%와 1.35%이고 이후는 1.25%로 유지됐던 것을 감안하면 5%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김용구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과 극심한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금리를 5개월 동안 무려 2%나 인하했지만 혜택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받았다”며 “총액한도대출이 지원 목적과 다르게 운용되는 데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직무태만”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비율제도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구 의원의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 유명무실화 왜 방치하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비율은 38.1%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비율제도를 통해 원화자금 대출 증가액 중 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 35%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제도가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는데도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한은은 아직 정부와 협의 한번 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용섭 의원(민주당)도 이날 자료에서 “한은이 금융감독원과 실시하는 공동검사 결과에서 은행이 대기업에 대출한 실적을 중소기업 대출 실적으로 허위 보고하는 사례가 매년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검사에서 중소기업 대출 실적을 부풀려 보고해 총액대출한도가 차감된 은행은 2008년 1곳에서 지난해 4곳으로 늘었고 올해도 지난 8월까지 2곳에 달했다.
<총액한도대출제도 금리 및 대상 대출 금리추이> (단위: %)
*자료: 김용구의원, 한국은행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