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量子)컴퓨팅이든 양자통신이든 양자메모리가 필수 구성요소입니다. 양자메모리 저장시간을 늘리면 양자암호를 활용, 보안 분야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보안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양자메모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공로로 지난 15일 올해 인천시 과학기술 대상을 수상한 함병승 인하대 교수(전기공학부)는 국내에서 유일한 양자메모리 분야 전문가다.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인주립대에서 EIT(Electromagnetically Induced Transparensy · 전기유도투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함 교수는 미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을 하면서 양자메모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쓴 논문이 국내외에서 100회 이상 인용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양자메모리는 현재 저장시간이 1000분의 1초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100㎞ 이상 거리에서는 양자통신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장시간을 1초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100㎞ 이상에서도 양자통신이 가능하게 된 거죠.”
함 교수가 연구, 개발한 양자메모리의 저장시간을 늘리면 절대로 해독할 수 없는 양자 암호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국방과 금융 등 산업 분야에 활용하면 철벽 같은 보안 제품과 시스템을 구축, 우리나라가 보안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실력을 갖출 수도 있다.
양자메모리 저장 시간을 1초 이상으로 늘린 함 교수의 성과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함 교수는 이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포토닉스`에 제시, 지난해 이 내용이 잡지에 실렸다. 함 교수는 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것을 실험적으로도 규명했음을 며칠 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제출했다. 이것이 채택되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향상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이 일어날 것으로 함 교수는 예상했다.
함 교수는 전공인 EIT를 활용한 디지털 광컴퓨터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 연구가 결실을 맺으면 현재 데스크톱PC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져 슈퍼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비메모리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인 미국 인텔은 이미 `무어의 법칙`에 기초한 CPU 진보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 컴퓨팅에서 공학적인 진보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대할 때고, 이것을 광컴퓨팅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 교수는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려면 양자데이터를 담당하는 양자비트가 최소 100개 정도는 돼야 하는데 현재 증명(생성)된 것은 10개 정도”라며 “설령 100개의 양자비트를 생성한다고 해도 이를 제어하려면 현재의 전자컴퓨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해외 전문가들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