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관조명이 도시경쟁력이다

친환경 경관조명이 도시경쟁력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수영경기장 `쉐리판(워터큐브)`. 물거품을 형상화한 독특한 외관과,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덕분에 단숨에 베이징 명물로 떠올랐다. 베이징 시민들은 쉐리판를 베이징의 상징으로 여기며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로지에 반 데 히드 필립스 조명사업부 디자인 총책임자는 “세계적으로 도시 거주민 비율이 늘면서 빌딩 경관 조명이 도시민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됐다”며 “앞으로 도시 조명의 경쟁력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도시경관, 싱가포르에 길을 묻다=도시 인프라의 한 부분으로서 조명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호주 시드니 · 프랑스 리옹은 조명을 이용한 도시경관이 빼어나기로 가장 유명하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가 신흥 `빛의 도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고효율 LED 조명을 이용해 도시 미관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싱가포르는 `중앙업무지구(CBD) 조명 구축 종합 계획`에 따라 중장기 도시 조명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995년 첫 발표된 방침 아래 기본 계획 수립에만 최소 3년이 걸렸다. 특히 기업들 참여를 독려키 위해 제공한 인센티브가 주목할 만 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신축 건물에 대해 0.5%의 추가 건축면적을 인정해 주는 한편, 친환경 경관 조명을 도입한 기존 건물에 지급할 펀드 총 500만싱가포르달러(SGD)도 마련했다. 덕분에 마리나베이 주변에 즐비한 마천루 및 공공 조형물들은 현재 대부분 LED를 이용한 친환경 경관조명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이번 프로젝트 디자인에 참여한 카오루 멘드 조명파트너십연맹 설립자는 “색 · 온도 · 번짐현상 억제 · 그늘을 포함 6가지 확고한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관조명을 설치, 도시민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달 7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해변에서 열리는 `아이라이트 페스티벌`을 위해 설치된 LED 조형물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며 빼어난 야경을 자아냈다.

◇한국은 걸음마 수준=세계 도시들이 LED 조명으로 새 단장한 지 오래된 것과 비교하면 서울 · 부산 등 국내 도시 경관조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파사드로 꼽힌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도 인근 건물과의 조화가 고려되지 않아 아직 `나홀로` 빛날 뿐이다. 중소형 빌딩마다 자리 잡은 상업용 간판들도 흉물스럽다. 무엇보다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지평선)`을 고려한 중장기 계획이 전무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LED 경관 조명 확대가 국내 LED 산업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관련법 정비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앤드류 데이비드 파삼 싱가포르 도시재개발국 이사는 “고층 빌딩소유 기업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도시 전반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덕분에 장기적인 도시정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리나베이(싱가포르)=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사진

-워터큐브 :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국제수영경기장 `쉐리판`. 현재는 내부공사를 통해 아시아 최대 워터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헬릭스 : 싱가포르 친환경 경관조명 정비 프로젝트를 통해 LED 조명이 설치된 나선형 다리.

-마리나베이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설치된 LED 조명물

친환경 경관조명이 도시경쟁력이다
친환경 경관조명이 도시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