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입히다

◆ 차세대 디자인 리더가 뛴다 (上) ◆

디자인 경쟁력이 제품 경쟁력으로 간주될 만큼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다. 한국 디자이너들 중에는 세계 디자인계를 주도할 실력파가 즐비하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 매일경제신문사는 세계 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 차세대 디자인 리더 15명을 최근 선정했다. 3단계 전형을 거쳐 선발된 차세대 디자인 리더들은 1인당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아 이를 전시회 출품, 외국 연수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 주요 작품과 디자인 철학을 2회에 걸쳐 간략히 소개한다.

김상훈 KEAME 스튜디오 대표(31)는 건축적 사고와 영감을 가구로 투영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페노미나(Phenomena)-스크린`은 건축적 사고와 자연의 빛 현상을 가구로 표현한 것으로, 위치나 각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모양과 가려지는 정도가 변해 작품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준수 스튜디오 Joon&Jung 공동대표(29)는 도시인들이 갖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화했다. 대표작 `해변의 흔들의자`는 파이프를 연결해 만든 의자로, 파이프 안에 모래가 들어 있어 흔들릴 때마다 소리를 낸다.

김씨는 "의자에 넣은 모래는 네덜란드 해변에서 수집한 것"이라며 "의자 형태는 도시 풍경을 닮아 있지만, 막상 의자에 앉으면 자연 그대로의 파도 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라는 만들어진 풍경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세대들이 자연에 갖는 그리움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변동진 동진 변 디자인 디렉터(33)는 반복적인 일상을 관찰해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새롭게 재해석한다. 대표작은 `일상 풍경 시계`. 시간 흐름을 숫자가 아니라 하루의 한 풍경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한 벽시계다. 할머니, 손녀, 강아지를 속도 개념에 맞게 시, 분, 초로 설정하고 하루 동안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를 보낸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등장인물과 풍경 사이에서 연출되는 다양한 풍경이 새로움을 준다.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신유경 씨(27)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한손으로 쉽게 플러그를 분리할 수 있는 멀티탭으로 한국 특허를 획득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인정받아 2007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했고, 2008년에는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이성용 씨(34)는 `플라이튜브(Plytube)`라는 재료를 개발하고 이를 응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씨가 개발한 플라이튜브는 종이 파이프 만드는 기술과 합판을 만드는 기술을 접목시켜 만든 것으로, 가볍고 튼튼하며 동시에 나무이기 때문에 가구나 제품은 물론이고 건축용 자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정성모 건국대 강의교수(38)은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인 사용상 재미를 부여해 주목받고 있다. 대표작 `폰스탠드`는 일종의 스마트폰 거치대로, 아이폰을 비롯해 3.5㎜잭을 사용하는 모든 스마트폰을 전화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유선 송수화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이 우수하고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와 열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정씨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재미난 경험을 주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며 "소형가전 제품에 도전, 영국 제임스 디자인처럼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되는 전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정혜림 씨(22)는 전자석 자기부상원리로 LP판을 띄워 재생하는 플레이어로 올해 독일 디자인상인 아웃풋 어워즈에서 수상했다. 이 작품은 LP를 공중에 띄운 뒤 스피커와 플레이어가 내장돼 있는 공이 LP판을 따라 돌아가며 음악을 재생한다.

황진석 미국 프로그디자인 시니어디자이너(35)는 삼성, LG를 비롯해 노키아, 크라이슬러, 펩시, 지멘스, 필립스, AT&T 등 세계 굴지 기업들과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 생활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제품을 디자인했다. 그의 대표작 `스마트 라이더`는 초경량 접이식 자전거로, 체인 부분을 벨트 구동 방식으로 변경하고 이를 자전거 프레임 내부에 설치하는 등 복잡한 외부 부품을 최소화해 사용자에게 쾌적한 사용환경을 제공한다.

※공동기획=지식경제부 한국디자인진흥원 매일경제신문사

[매일경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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