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업에도 녹색바람]<상>정유 4사,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

저탄소 녹색성장 · 기후변화협약 등 전 세계적인 녹색 패러다임 흐름을 타고 기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업계에도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 기존 화석연료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업계는 수익률 향상을 위한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가스업계는 기존 가스를 활용한 집단에너지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녹색 소재로 중심 이동을 하고 있는 추세다. 바야흐로 화석연료 시장에도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본지는 정유 · 가스 · 석유화학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업계의 변화상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주>

국내 에너지 사용량의 60% 이상을 담당해 온 정유업계가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화석연료인 석유를 정제해서 재판매하는 정유사들이 친환경에너지를 요구하는 기업환경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K에너지 · GS칼텍스 · 에쓰오일 · 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는 피해가는 방법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다. 기존 정유부문에 녹색사업부문을 추가,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는 2005년 독자 개발한 리튬이온전지용 분리막(LiBS) 기술과 고유의 전극기술 등 부품소재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 과정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한데 이어 충남 서산에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 5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생산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전기자동차 · IT기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SK에너지는 이와 함께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폴리머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그린 폴) 생산에도 나서고 있다. 아주대와 함께 공동 연구 중이며 파일럿 플랜트까지 개발한 상태다.

GS칼텍스는 올해 경영목표를 `브리지 투 더 퓨처(Bridge to the Future)`로 설정하고 자회사를 통해 연료전지 · 박막전지 · 탄소소재 및 자원개발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팔을 걷어붙였다. 신사업본부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설립, 강력한 추진력도 겸비했다.

GS칼텍스의 연료전지 전문 자회사인 GS퓨얼셀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정용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물용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50㎾급 연료전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100㎾ 이상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유일의 박막전지 제조업체인 GS나노텍은 올해 안에 아시아 최초로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새로운 고체 전해질 및 신공정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또 일본 최대 정유회사인 신일본석유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인 전기이중층커패시터(EDLC)용 탄소소재를 생산하는 `파워 카본 테크놀로지`를 지난 3월 설립했다.

지난 4월엔 플라즈마를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에너지로 회수하는 기술을 보유한 애드플라텍을 인수, 사명을 GS플라텍으로 변경하고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에도 진출했다.

정유사업만 고집해오던 에쓰오일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STX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 △해외 광물자원 개발 △국내 석유제품 및 유관사업 △석유제품 해외사업 등 에너지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초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사장이 신년사에서 신성장 동력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올해 현대중공업의 가족이 된 현대오일뱅크도 풍력 · 태양광사업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모기업의 역량을 이용해 유관 산업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창선 · 최호기자 yuda@etnews.co.kr

정유 4사 주요 신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