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3 · 4위 규모 기업이 공동으로 팹리스 기업을 인수했다.
팹리스 2개 업체가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M&A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모델이 국내 팹리스 업계의 새로운 M&A 모델로 부상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두 회사가 공동으로 인수할 경우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요 결정 과정에서 공동 주주 간 이견이 표출될 경우 혼선을 빚을 우려도 있다.
티엘아이(대표 김달수)와 아이앤씨테크놀로지(대표 박창일)는 공동으로 100억원을 투자해 무선통신칩 개발 업체 카이로넷(대표 김형원 · 신진오)을 인수한다고 20일 밝혔다. 양사는 카이로넷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가 카이로넷의 최대주주가 되고, 티엘아이가 2대 주주가 된다. 차후 논의를 거쳐 경영권에 관해 최종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그동안 M&A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 주목할만한 인수 · 합병 사례로 평가된다. 브로드컴 · 미디어텍 등 대만 · 미국의 대형 팹리스 업체들이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빈번한 만큼 국내 팹리스 업계에도 서로간에 `피섞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티엘아이는 디스플레이용 타이밍콘트롤러(Tcon) 전문 업체로 최근 매출이 정체를 빚어왔다. 아이앤씨는 모바일TV(T-DMB)칩 분야 국내 1위 업체지만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라 통신칩이 양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양사가 공동 투자한 카이로넷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와이브로용 핵심 반도체인 베이스밴드 칩과 RF트랜시버 칩, 파워앰프(PA) 칩 등 3가지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모바일 와이브로 및 와이파이 분야의 통합 솔루션을 확보한 기업이다. 아이앤씨와 티엘아이는 카이로넷이 가진 와이파이 기술을 이용해 와이파이 솔루션 등 무선통신 제품을 개발 ·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김달수 티엘아이 사장과 박창일 아이앤씨 사장은 모두 LG반도체 연구소 출신으로 평소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원 카이로넷 사장은 “기술 개발에만 매진해 온 카이로넷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아이앤씨와 티엘아이의 영업망을 갖게 됐다”며 “투자금으로 신제품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