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시장, 반도체 · LCD가 키웠다

자동차 · 반도체 ·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이 올해 큰 폭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년에는 자동차용 투자가 소폭 줄겠지만 디스플레이 분야 등의 성장으로 안정적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 로보스타 · 다사로봇 등 국내 주요 산업용 로봇 기업은 올해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에서 2배에 달하는 매출 신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중공업(대표 민계식)은 최근까지 산업용 로봇 2000여대를 제조했고, 연말까지는 2500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600여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1.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현대자동차가 시설 투자를 확대하면서 용접 · 도장용 로봇 투입이 늘어난 데다 2008년부터 시작한 디스플레이 분야 반송 로봇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LCD용 반송 로봇이 로봇사업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스타(대표 김정호) 역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8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초 목표치 56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지난해 매출 390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실적 개선은 반도체 · 디스플레이용 반송로봇 판매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사로봇(대표 강석희)도 산업용 로봇 판매가 전년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작년 매출 175억원을 3분기까지 넘어선 데다 연말까지 수주한 물량을 고려하면 매출 300억원 달성이 무난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올해 산업용 로봇 업체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는 자동차 · 반도체 · 디스플레이 분야의 활발한 시설투자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 디스플레이 분야에 11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고 디스플레이 업계도 8조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러한 설비 투자는 지난해 대비 3배 가량 커진 규모다. 또 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대비 설비 투자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김정호 로보스타 사장은 “올 들어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 현대기아차 등이 설비 투자를 크게 확대하면서 물품 운송과 용접 · 도장 등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문을 중심으로 로봇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자동차 업계의 설비투자가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 분야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준의 실적 이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