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머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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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비상장 소프트웨어(SW) 기업인 SAS의 짐 굿나잇 회장. 그는 지난 1976년 창업하기 전 GE에서 근무할 당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적잖이 겪었다. 보안 요원의 감시를 받으며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야 했고,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자판기에 돈을 넣어야 했다. 굿나잇 회장은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SAS는 올해 미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뽑혔다. SAS는 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 같은 회사도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SAS에서 배웠을 정도다. 근무 시간도 주당 35시간을 정책적으로 장려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닥쳤을 때도 구조조정은 없었다. 굿나잇 회장은 “우리 회사가 자선 사업을 하는 곳은 아니며 사업적으로 현명한 일이기에 하는 것일뿐”이라며 “나를 소중히 생각해준다면 나 역시 상대를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야기는 소위 `기브 앤 테이크`라는 상호주의적 원칙을 단순히 표현한 언급이다. 굿나잇 회장의 이런 상호주의 경영 철학이 현실 세계에서 타당하다는 것을 과연 온전히 증명할 수 있을까. 결론만 보면 그렇다.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부분적인 선물 교환`으로 표현한 근로자와 고용주의 관계가 실제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신간 `머니랩`은 사람과 돈을 움직이는 숨겨진 메커니즘을 실험 경제학을 통해 규명한다. 실제로 사람들의 경제 활동은 전통 경제학 이론이 제시하는 수요 · 공급의 원리처럼 단순하지 않다. 대차대조표의 수치나 경험, 관행, 벤치마킹만으로는 사람과 돈의 움직임을 정확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컴퓨터가 아닌 탓에 직관과 경험에 의존한 판단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현상들이다. 1만5000원보다 1만5490원이 더 싸게 느껴지는 이유, 똑똑한 사람들이 사기꾼에 속는 원리,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면 직원들의 사기가 오히려 떨어지는 이유 등등.

`돈과 실험실`의 조합을 뜻하는 머니랩은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다룬 실험 경제학의 모든 연구 결과를 총망라한 책이다. 실험 경제학은 최근 주목받는 행동 경제학에서도 가장 최첨단 분야다.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과 심리, 그리고 돈을 둘러싼 거래와 계약, 협상 등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실과 유사한 실험 환경에서 데이터를 도출하는 학문이다. 돈과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잘못 인식돼 왔던 상식을 사정없이 깨뜨린다. 구글 · 야후 · 이베이 · P&G · 존슨앤드존슨 등 유수의 기업들이 실험 경제학의 최신 연구 결과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와튼 스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IT 슬론경영대학원, 스탠퍼드대 등 내로라하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도 최근 실험 경제학의 인기가 제일 높다.

지은이 케이윳 첸은 HP 연구소 소장이다. 행동 경제학과 실험 경제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진 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난 1994년 포춘 500대 기업 중 최초로 HP에 실험 경제학 연구소를 설립한 주인공이다. 책은 15년에 걸친 저자의 연구 결과와 현장 경험을 집대성했다.

케이윳 첸 외 지음. 이영래 옮김. 타임비즈 펴냄. 1만6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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