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경기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과열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금리를 올려 경기를 식히고 또 침체 우려가 있을 때는 반대로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금리인상과 금리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 19일 기습적으로 단행한 중국의 금리인상 역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당장은 투자가 둔화되고 시중의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현재의 중국 경기가 과열을 우려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고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두 얼굴 중 어느 쪽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지는 금리인상의 배경, 주변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 전날 미국 증시에는 금리인상의 어두운 면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면 20일 국내 증시는 밝은 측면의 영향을 더 받았다.
◆中 금리인상 불구 국내 증시 반등=중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증시는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1%(13.12포인트) 상승한 1870.44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다시 1870 선을 회복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중국의 기습적인 금리인상 충격으로 1844.41로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 공세에 오전 한때 1837.08까지 밀렸으나 기관이 사자 우위로 돌아서고 개인의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투자자들이 중국 금리인상의 장기적 효과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금리인상에 앞선 이틀간 코스피가 큰 폭의 조정을 겪은 점도 한몫했다.
◆위안화 절상 효과로 국내 증시에 나쁘지 않아=중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기습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시점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리우지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17차 5중전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성장 속도보다는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구조의 전략적 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며 "따라서 가계 소득과 소비 증가를 위해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실질금리를 우선 상승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으로 중국 내수가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중국의 금리인상이 환율 갈등을 해소하는 해법으로 제시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금리인상은 내부적으로 `긴축`이라는 의미를 갖고, 대외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두 가지 성격을 보인다"며 "전자에 보다 큰 의미를 둘 경우는 상품에 대한 수요 감소, 이머징마켓의 성장 속도 조절로 이어지는 부담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에 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면 위안화 절상, 달러 절하에 따라 최근 유동성 구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동성 랠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에 대한 논란에 뒤이어 터진 중국의 금리인상은 유동성 랠리 기대감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중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스피가 1900을 넘어선 이후 기술적 조정이 이뤄지는 국면에서 조정 폭을 늘리는 단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의 강세 흐름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공조의 균열에 따른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조정이 깊어지면 1750 내외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대(對)중국 수출주인 산업재와 원자재주ㆍ소재주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이후 주요 자산별 상승률을 보면, 신흥국 주식과 산업용 원자재, 귀금속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인상의 일차적인 타격은 원자재 관련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