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하락에 `환율 전쟁` 확산

최근 달러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각국이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환율 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각국은 환율 전쟁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초 `양적 완화(QE)`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점이 개도국 중앙은행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지난 6월 초 이후 약 10%나 급락했고 이로 인해 아시아와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국의 통화 가치는 급격히 치솟았다.

달러화는 지난 19일엔 중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일시 상승했지만 20일에는 엔화에 대해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달러의 움직임으로 인해 브라질 헤알화는 7월 이후 12%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자국 통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고금리를 노린 해외 투기 자금이 몰려들어 경기 과열과 자산 거품, 수출경쟁력 저하 등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다음 달 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경기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 신흥시장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지난 여름에만 해도 1개월에 40억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해외 주식투자 자금 규모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 8월말 양적 완화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응해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이스라엘, 브라질, 일본 등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통화 투기꾼들은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팔아치우며 달러 약세전망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최근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달러 약세를 점치는 선물투자 포지션의 규모는 326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육박했다.

미 재무부의 국제문제 담당 차관을 지냈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은 달러에 대한 신뢰와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그것을 잃는다면 매우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