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분야 BCP의 중요성

최근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계속 심화되면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국방분야 위기관리체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두되고 있다.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 대응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및 상황조치 등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대응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체계와 기반 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군사무기, 정보화 기술의 적용으로 과거와는 달리 현대전의 개념도 매우 많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군 조직체계, 운영방식 등에 있어서 국방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적인 한 예로, 지난 이라크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한 ‘효과기반작전(EBO, Effect Based Operations)’은 적의 모든 군사력을 파괴하는 소모전이나 섬멸전과는 다르게 상대방의 조직, 시스템의 급소를 노린다는 개념으로 현대전의 큰 특징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즉, 전장에서 적의 방공시스템을 무력화하고자 할 때, 적 방공시스템을 모두 파괴하는 것보다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을 단절시키면 아군의 군사력을 최소한 사용하고도 적 방공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점혈(點穴)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중국무술에서 급소를 가격하는 권법으로, 손가락에 공력을 집중시켜 사람 몸의 급소를 찌르듯 공격하여 가볍게는 부상을 입히고, 심하면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르는 말이다.

정보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Single Point of Failure(SPOF)"라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IT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나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업무연속성계획) 관점에서도 특히 중요한 SPOF 개념은, 한 곳만 고장나면 전체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는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중요한 시스템은 이러한 SPOF가 없도록 주요 부분이 이중화되어 있거나 그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엔 이 부분은 거의 고장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Mission Critical한 시스템에선 여전히 설계 당시부터 시스템의 신뢰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히 시스템의 여러 부분이 무선 통신망에 의해 연결되는 경우엔 통신이 끊기는 것을 당연히 가정하고 시스템을 설계단계부터 고려하여 구현되어야 하며, 국방과 관련 분야와 같은 주요 국가 인프라에 대한 적용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군의 지휘통제 기능의 경우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에 대한 SPOF 관점에서의 재점검과 BCP의 적용은 효과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C4I체계’로 종종 불리는 군 지휘통제는, 영어로 지휘의 Command와 통제의 Control을 합쳐 C2로, 추가적으로 통신과 정보, 즉 Communication과 Intelligence를 연결하는 경우에는 C3I라고 표현하고, 여기에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가 적용되는 경우, Computer까지 포함해, ‘C4I체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에서의 C4I 체계는 어떤 특정한 시스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기체계에서부터 전장 내에 있는 전력요소 전반의 운용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폭넓게 적용되는 의미이며, 이러한 C4I체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감시체계(sensors)와 타격체계(shooters)를 연결해주는 통신체계와, 수집된 첩보와 가공된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가공해주는 응용소프트웨어(application)가 필요하다.

또 구성요소간의 상호운영 (interoperability)과 인터페이스를 보장하는 공통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본체를 비롯한 서버와 같은 각종 하드웨어 들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이 모든 체계를 운용하는 부대 편성과 조직은 물론 운영절차까지 갖추어야 한다.

미국 국토안보국(DH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경우, 미 국방성(DOD) 및 관련 정부기관 그리고 민간이 운영하는 방위사업체 시설을 묶어 DIB(Defense Industrial Base)로 국가 주요기반시설로 정의하고 주요 기능의 상호운용성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기반보호계획(NIPP, National Infrastructure Protection Plan)을 마련해 놓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국방분야에 대한 NIPP에서 담고 있는 계획 구성 요소와 우리 군과 국방분야에 주는 교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자료/출처]

위기환경의 변화와 국가 위기관리 체계의 과제 - 안보분야, 안철현위기관리연구소, 2010년

국방 위기관리의 학술적 토대 모색, 주간국방논단(KIDA Defense Weekly), 한국국방연구원, 부형욱, 2009년11월16일

신종플루와 군의 대응전략ㆍ업무연속성(BCM) 관점에서, 주간국방논단, 유지용/유종기 2010년1월

21세기 군사혁신과 미래전ㆍ이론과 실상, 그리고 우리의 선택, 한국국방연구원, 권태영, 노훈, 법문사, 2008년7월

미래 전장 스크랩, 한국국방연구원, 노훈, 독고순, 유지용, 고덕수, KIDA Press, 2008년9월

DHS, National Infrastructure Protection Plan

http://www.dhs.gov/files/programs/editorial_0827.shtm

DHS, Defense Industrial Base

http://www.dhs.gov/xlibrary/assets/nipp-ssp-defense-industrial-base.pdf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유종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