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노트북의 미래`라고 선언했던 ‘맥북 에어(MacBook Air)’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됐다. 애플 애호가들은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 에어’ 까지 등장하자 향후 어떤 제품을 구입해야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맥북 에어’의 등장은 저장장치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맥북 에어’는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HDD) 대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채택하고 있다. SSD는 HDD처럼 자기(마그네틱) 방식이 아니라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 부팅이나 프로그램 실행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다만 아직은 가격이 비싸 HDD 만큼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애플이 이번에 SSD를 장착한 ‘맥북 에어’를 내놓자 IT업계는 HDD 시대가 저물고 SSD 시대가 본격 도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성급한 예측마저 내놓고 있다. 워낙 IT시장 ‘게임의 법칙’을 주도해온 애플의 선택인 만큼 IT업계는 SSD 방식 ‘맥북 에어’가 저장장치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컴퓨터 전문 매체인 ‘컴퓨터 월드’(http://www.computerworld.com)는 ‘맥북 에어가 HDD 죽음의 전조일 수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앞으로도 몇 년동안 HDD가 기업용 데이터센터 시장을 장악하겠지만, 톱-티어(Tier)급 데이터 스토리지 제품을 중심으로 SSD가 HDD를 점점 카니발라이징(시장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컴퓨터 등 주요 IT제품의 마더보드 또는 회로 기판에 SSD가 임베디드 형태로 장착되면서 SSD의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월드는 ‘맥북 에어’가 향후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SSD를 꼽았다. SSD의 장착으로 제품의 크기와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것. SSD 장착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는 맥북과 경쟁할 수 있는 999달러에서 1599달러 사이에 결정됐다.
상황은 HDD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의 등장으로 HDD의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물론 HDD의 저장용량이 커지고 가격대가 떨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 등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PC보다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굳이 대용량의 HDD를 갖춘 모바일 기기를 갖고 다닐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SSD의 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크기와 무게 측면에서 모바일 기기에는 HDD보다는 SSD가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인-스태트(In-Stat)’의 짐 맥그리거 기술 전략 담당 임원은 “애플TV와 같은 디지털 홈 기기들이 HDD를 필요로 하지 않는 스트리밍 모델로 점차 서비스 형태를 전환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정보를 자신의 PC에 저장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버퍼링 할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도 SSD의 득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월드는 조사 분석업체인 ‘오브젝티브-어날리시스’의 분석가인 짐 핸디의 분석을 인용해 낸드 플래시의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을 예고했다. 일본의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제휴해 낸드 플래시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인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월 21만개의 웨이퍼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의 가격은 매년 40% 이상씩 떨어지고 있는데 도시바의 가세로 내년 2분기쯤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기가 바이트당 1.2달러인 SSD가 50센트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데이터 센터용 SSD 시장은 3억달러인데 비해 데이터 센터용 HDD 시장은 2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SSD 데이터 센터 시장은 내년 배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오브젝티브-어날리시스’의 짐 핸디 분석가는 SSD가 향후 시게이트가 장악하고 있는 톱-티어 데이터센터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과연 HDD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인가? `맥 에어`의 등장이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