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지난 23일 폐막하면서 증시 환율 등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글로벌 환율전쟁을 자제하는 쪽으로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이른바 유동성 랠리는 전 세계적으로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동안 코스피 상승 주역이었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론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전 세계 무역이 늘어나고, 국가 간 분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IT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주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유동성 랠리 주춤해질 듯=환율은 각국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가 뒤얽힌 `고차 방정식`이다. 이 복잡한 환율 변수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증권가에선 이번 경주 회의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많았다. 그만큼 환율에 대한 주요국 정책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 시스템을 만들자`고 선언적으로 합의한 것만도 일단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기적으론 환율전쟁이 멈추면 글로벌 증시를 들뜨게 했던 `과잉 유동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국내 증시 유동성 장세도 주춤해질 수 있다.
환율전쟁 포성이 멈추면 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까. 주요국 통화가치가 국내외 유동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려 하고 있다. 이를 유도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시중에 돈을 푸는 이른바 유동성 확대 정책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어낸 주역이 바로 미국 정부의 `2차 양적 완화 정책(QE2)` 기대감이다. 달러화를 많이 찍어내면 미국 국채 수익률 등 금리가 떨어지고, 이는 달러화 표시 자산 기피 현상을 거쳐 궁극적으로 달러 약세를 초래한다.
결론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이 주춤해지면 한국 중국 대만 브라질 등 주요 고성장 이머징 국가로 흘러넘쳤던 `환율 따먹기용`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일단 환율전쟁 중단 선언으로 국내 정책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도 증시엔 부담이다. 당장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온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에 대한 합의로 과거에 비해서는 통화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물가 불안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펀더멘털에는 긍정적=이번 G20 경주 회의 합의문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통화가치는 급격하게 움직이기보다 점진적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IT 자동차 등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동안 유지시켜 주는 순기능을 할 것이다.
중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 중국 내수시장 성장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의 상대적인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실적 호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에 의한 강제적인 환율 조정이 아니라 아시아가 자발적으로 내수 부양을 하는 게 증시나 글로벌 불균형을 위해 가장 부드러운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갈팡질팡하던 달러가치가 이번 재무장관회의 이후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것 같다"면서도 "다음달 G20 정상회의,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중간선거 등 변수가 많아 시장 변동성은 11월까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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