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소리 내야 한다"

“공동보조를 맞춰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사업단장(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고문)은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소에너지 업계도 스스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정부에 전달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에너지 선진국인 독일은 정부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정부로서도 어느 한 편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는 “수소 충전소를 만들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고 충전소 업계는 “자동차를 먼저 만들면 충전소를 짓겠다”고 하는 식이다.

“정부에서 관심을 보이는 지금이 수소에너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한 목소리를 내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이건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기업인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소시대가 조금씩 오는 것입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사업단은 수소 제조와 저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년 넘게 수소에너지 분야를 연구해온 김 단장은 수소저장 등 수소 관련 연구를 다양하게 하다 보니 이 분야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지금은 수소에너지 확산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수소에너지에는 매우 우호적인 일이다. 수소에너지 분야 가운데 하나인 연료전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데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 가운데 가장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5년 사이 수소에너지 분야 연구개발 투자비가 많이 늘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선진국에 필적할 수준으로 연구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기술수준도 예전에는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세계 최고인 미국의 70% 수준까지 따라잡은 상황이다. 우호적 분위기 형성, 정부 지원 증가, 기술력 향상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소에너지 보급을 위한 최상의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아직 문제점도 있다. 연료전지 등 수소에너지는 아직까지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싸다. 또 내구성이 약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기술적 문제점과 함께 표준화가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앞서 언급한 업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표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표준화는 수소에너지의 보급에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는 게 김 단장의 생각이다.

김종원 단장은 “옛날 청계천 시대에는 손으로 전기모터를 뜯어내 일일이 손님들이 원하는 출력을 맞춰줬습니다. 수소에너지 분야도 이런 수준인데, 이렇게 수작업을 해서 몇 대나 만들 수 있겠습니까. 부품이나 제품 사이즈 등을 표준화하면 가격도 싸지고 대량생산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는 “중소기업이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으니 대표기업들이 표준화 작업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