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대한민국, 수소에 미래를 걸어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천연가스개질형 수소충전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천연가스개질형 수소충전소.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 에너지 해외 의존율 97%.`

우리나라가 에너지 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것은 이 한 문장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한 해답이 이 `가벼운` 기체에 있다.

◇한국, 꾸준한 성장…기술 경쟁력 확보 관건=에너지 분야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 · 저장 · 이용 기술개발사업단(이하 수소에너지사업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 말부터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초 석유파동(오일쇼크) 이후 많은 국가가 지속가능 에너지 공급과 환경오염 저감을 목표로 수소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분야 산업 성장의 기회는 정부의 투자와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8년 통계로 국내 수소연료전지 분야 투자는 1100억원대며, 지금도 연간 1000억원가량의 투자가 유지되고 있다.

수소에너지 관련 기초연구는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이후 1989년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과학기술처) 지원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연구를 총괄해 수소 관련 기초연구(열화학 · 광화학 · 생물학적 수소생산, 수소저장, 안전기술 등 9개 과제)를 대학 ·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1단계(1989~1992년)의 연구지원으로 종료된 후 G7 과학기술 과제에 채택되지 않아 지식경제부(당시 통상산업부)의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사업 및 관련 연구소에서의 중장기 연구계획에 따라 연구가 수행됐다.

2000년대 이전에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가 진행됐다면, 이후부터는 단기 실용화 위주로 변화됐다. 교육과학기술부(당시 과학기술부)는 2000년 `수소 제조 기술개발 기획연구`를 거쳐 `고효율 제조기술 개발사업`을 광화학 수소 · 생물학적 수소 · 열화학적 수소 세 개 분야로 구성해 같은 해 10월부터 2005년 9월까지의 과정으로 시작했다.

이후 이 사업을 2003년 조기 종료한 후, 기존 사업의 흡수 · 확대를 통해 `21세기 프런티어사업`으로서 `수소에너지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수소 제조 및 저장기술 중심의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10년간 연 100억원 규모의 투자가 계획됐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수소에너지 부문 경쟁력은 그간 지속 성장해왔다. 최근 수소에너지사업단의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 일본 · 독일 · 중국 · 캐나다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수소에너지의 국가경쟁력 평가지표를 기술수준 · 연구인력 · 연구개발비 · 인프라 구축 등으로 분류해 전문가집단이 참여해 계층적 분석과정(AHP:analytical hierarchy process)을 통해 분석한 것이다.

평가 분석에 따르면 4위 이후는 그 차이가 크지 않지만, 세계 1위인 미국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평가점수가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에너지사업단은 기술개발 투자비를 늘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경쟁력 향상에 힘을 써야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나가는 미국 · 유럽 · 일본=미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에 수소에너지 연구개발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으로 정했으며, 2001년 5월 취임 초반부터 국가에너지정책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은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수행되며, 정부는 위험성이 높은 초기 연구개발 분야에 중점적으로 기금을 투자하는 것을 전략으로 설정했다. 당시 미 정부는 2003년을 기점으로 5년간 12억달러를 투자하는 `수소연료 이니셔티브` 사업을 시작하면서 연구개발 규모를 비약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한편,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연구소와 산업체를 중심으로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 관련 많은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980년대 초에 수소저장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후 최초의 주요 파일럿 과제로 국제공동프로젝트(EQHHPP)를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의 대규모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EU도 기업과 연구계를 대표하는 고위급 기구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2003년 수소 관련 EU의 전략을 세웠다.

가장 최근의 EU 선도계획은 JTI(Joint Technology Initiative)로 EU 지역 수소기술의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의 기업 활동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일본은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 뿐 아니라 수소 생산계획에 있어서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1993년 기존의 선샤인 프로그램, 문라이트 프로그램, 환경기술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통합해 새로운 에너지 · 환경기술 연구개발 계획인 뉴 선샤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중 1992년 설립된 수소에너지 기술 연구개발 계획(Japanese Hydrogen Program)인 WE-NET(World Energy Network)를 중심으로 수소 관련 모든 국책연구사업(민간관련 포함)을 수행했다. 일본은 연료전지 기술을 경제 재부흥의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정책지원과 투자를 해왔으며, 최근 몇 년간은 연 200억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은 수송용…가격 · 성능 경쟁력과 정부 의지 필수=수소에너지사업단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톤의 수소를 산업용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관련 경험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제조 · 활용하더라도 에너지 효율면에서 이점이 있으며, 대표적인 기술인 연료전지 기술도 틈새시장 진입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는 분석이다.

수소 이용의 핵심 분야는 승용차 · 버스와 같은 수송용 연료전지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38%를 수송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OECD 국가와 미국에서도 각각 60%와 66%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수소로 대체하면 원유 소비를 대폭 저감할 수 있으며, 대도시 대기질 향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발적인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과 성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연료전지 가격을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내구성도 몇 배로 늘려야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원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은 “수소에너지 이용이 가능한 시대가 언제 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며 “현재의 기술적인 난관은 다만 그 시기가 문제가 될 뿐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장벽이며, 기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현대기아자동차의 모하비 연료전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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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수소제조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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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저장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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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용 천연가스개질 수소 제조장치 3D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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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켐텍에서 개발중인  수전해 고압수소발생장치의 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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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리프트는 연료전지로 구동되면 배터리전원에 비해 강점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료전지 포크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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