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의 초석이 된 대규모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사실상 실종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늘어난 생산능력만으로 내년도 LED 수요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데다, 기술발달로 LED TV 한 대당 들어가는 개수도 계속 줄어든 탓이다. LED업계는 수익악화를 우려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삼성LED · LG이노텍은 내년도 설비투자 금액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인다는 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ED는 현재까지 총 150여대의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를 도입했지만, 내년에 신규 설치량은 40대 이내로 제한될 전망이다. 삼성LED 관계자는 “2 · 4인치 공정을 6인치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내년 초점은 신규 투자보다 공정전환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이달 27일 준공식이 예정된 경기도 파주에만 총 80여대의 MOCVD를 신규 설치했지만 내년에는 20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도 지난해와 올해 총 LED 부문에만 1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내년 크게 삭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 · LG 모두 `보완투자` 개념에서 내년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이 이처럼 내년도 신규투자를 줄이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증설만으로도 내년 LED 수요량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내년 LCD TV 시장에서 LED 백라이트유닛(BLU)을 장착한 제품 점유율은 57%, 수량으로는 1억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히 판매 대수로만 보면 올해 20% 안팎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지만 LED 수요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ED 칩이 밝아지면서 한 대의 TV를 만드는 데 과거처럼 다량의 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한 대의 `에지형` LED TV에는 총 6줄의 LED 모듈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두 줄로 줄어든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단 한 줄의 LED 모듈로 한 대의 TV를 생산하는 게 TV 업체들의 목표다.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는 “내년에 LED TV 수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해도 LED 수요량에 일대일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 주춤했던 TV용 LED 수요도 업체들의 설비투자를 보수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TV 업체들이 일제히 재고조정에 착수하면서 TV용 LED 비중이 높은 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업체들의 실적 희비가 교차됐다. TV용 제품 비율이 낮은 서울반도체가 지난 3분기 30% 정도의 실적 상승을 달성한 반면에 삼성LED · LG이노텍의 매출 ·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 · LG 모두 LED 라인 가동에 들어가는 부품 · 소재 주문량이 최고치 대비 30%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 일반조명용 LED가 주력인 미국 크리는 지난 3분기 매출(6월 27일~9월 26일)이 전 분기 대비 1.5% 성장,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