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명동 소재 락PC방. 출입구에 `그린PC`이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입구에 들어서 오른쪽 한 켠에 기업전산실에서나 볼 수 있는 가로 · 세로 약 2m 크기 설비가 눈길을 잡아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설치한 렉(Rack) PC시스템이다.
“PC방에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궁금해해요. 렉 PC시스템은 에너지 절감효과도 있지만 일단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락PC방 최병철 사장의 말이다.
락PC방이 지식경제부와 대구시의 지원(5억원)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그린PC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린PC시스템은 PC본체를 별도공간에 배치해 공간효율을 높이고, 고효율전력변환장치를 사용, 전력 소비율을 낮춘 서랍식 렉시스템을 말한다. 사업장에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약 130여평 규모의 락PC방에는 현재 153대의 PC가운데 84대를 그린PC시스템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 9월 한달동안 그린PC시스템을 시범운용한 결과 PC당 소비전력은 24%, 냉난방비는 21% 등 총 23%의 에너지절감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시범운용을 바탕으로 전력요금을 추산하면 PC방 한 곳당 월 평균 37만원, 연간 440만원의 전력요금이 절약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국내 PC방 전체(2만2000곳, PC 60대 기준)에 적용하면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전력은 1188GW로 약 1050억원의 절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지경부의 추산이다. 이는 약 588천tCO2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다.
PC사업자에게는 에너지절감효과뿐만 아니라 PC본체가 없음으로써 공간활용도가 높아지고, 각종 배선이 간편해질뿐 아니라 본체에서 나오는 소음과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을 원천차단할 수 있어서 쾌적한 PC방을 운영할 수 있다.
최 사장은 “기존 본체가 3분의 1을 차지하던 자리에는 모니터와 자판기, 마우스만 올려져 공간활용이 좋다”며 “좁은 공간의 경우 PC대수를 더 늘려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락PC방의 경우 렉PC시스템에서 나오는 열기를 겨울철에는 PC방 내부 난방용으로 재활용해 난방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린PC시스템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의 임호기 환경에너지팀장은 “사업장에 설치한 그린PC시스템은 에너지절감 효과는 물론, 게임중독의 방지를 위해 일정 시간 PC를 사용할 경우 자동알림기능이 있으며, 시스템 통합관리, 전력소비 관리 및 유해사이트 차단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린PC시스템시범사업은 지난 4월부터 오는 2014년까지 4년동안 절력절감을 위한 그린 컴퓨팅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대구 계명대(62대), 광주 호남대(92대) 등 대학 두 곳과 대구 락PC방(84대), 인천 신규PC방(130대) 등 모두 네 곳이 지정돼 있다.
지경부는 이번 그린PC시스템을 통해 국내 PC산업 활성화 및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등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고, 시스템의 안정화 및 신뢰성을 높여 신규PC방 및 공용PC를 사용하는 콜센터, 공공기관, 기업 등에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26일 오후 대구 락PC방에서 지경부와 대구시, KEA, KT, 인터넷PC방협동조합 등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호 그린PC시스템 시범사업장 개소식이 개최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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