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G밸리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G밸리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기업이 드디어 1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1967년 1단지가 준공된 이후 43년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우리나라 국가산업단지 역사상 입주기업이 1만개를 넘은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는 29일 산단공 대회의실에서 입주 기업인들과 정 · 관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입주 기업 1만개 돌파 기념행사식`을 갖고 `G밸리 비전 2020`을 선포한다. 입주기업 1만개 돌파를 지렛대 삼아 IT융복화 산업단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한국 경제사의 거울, G밸리=G밸리의 역사는 지난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출진흥과 공업기반 마련을 위해 `수출산업단지개발조성법`이 제정되면서 구로동 일대에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가 조성된 게 G밸리의 효시다. G밸리는 지난 62년 조성된 `울산공업센터`와 함께 계획 입지로는 처음으로 조성됐다. 당시는 `구로공단`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초창기 구로공단은 섬유, 봉제, 전자부품산업을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77년에는 국내 전체 수출 규모의 10%를 담당할 만큼 우리나라 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90년대들어 G밸리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임금상승으로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지식기반 경제시대가 도래하면서 경공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구로공단은 사실상 공동화의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산단공이 산업단지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97년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을 수립한 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지식산업센터들이 대거 공급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구로단지첨단화 계획`의 골자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공단을 첨단 신산업 중심의 산업단지로 업종을 고도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제조업만 가능했던 입주업종을 지식기반산업으로 확대했고, 민간 건설사의 지식산업센터 건립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당시 정부가 수도권 `공장총량제`에서 G밸리를 제외하면서 산업단지의 재도약은 급물살을 탓다. 입주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G밸리 1만개 돌파의 견인차,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G밸리 입주기업은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 시행 초기인 지난 2000년에 712개사, 2003년 2206개사를 기록했다. 2005년에 드디어 5천개를 돌파했다.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의 건설은 G밸리 입주기업 1만개 돌파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식산업센터가 G밸리에 줄줄이 들어서면서 지난 2007년에는 입주기업이 7천개를 넘어섰고, 지난해 말에는 9천622개사를 기록했다. 1만개 돌파는 올 7월 이뤄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수도 엄창나게 증가했다. 지난 67년 2천여명에 불과했던 근로자수는 올 7월 기준으로 12만 3천여명에 달한다. 연내 13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고용 인력 가운데 학사, 석사 이상의 고급 전문 인력 비율이 80%를 차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밸리의 발전상을 수치로 보면 10월 현재 지식산업센터수는 103곳에 달한다. 이들 지식산업센터의 총면적은 459만529㎡로, G밸리 면적 198만1000㎡의 2.3배에 달한다. 연내 8곳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입주기업 수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G밸리 기업들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지식기반 제조업(37.2%), 지식기반 서비스업(48.2%), 일반 제조기업(14.6%)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 제조기업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구로공단 시절 대표 업종이었던 섬유, 봉제, 전자산업이 지금은 IT제조, SW 등 중심으로 바뀌었다.

◇G밸리 입주기업 1만개 돌파의 의미=G밸리 입주기업 1만개 돌파는 대도시에 위치한 도심 산업단지가 자생적인 성장과 구조 고도화를 이뤄낸 성공 사례라고 평가받을만하다. G밸리 입주기업 1만개 돌파는 3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831개 산업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기업 1만개를 돌파,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둘째, 40년 이상된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첨단 IT벤처 클러스터로 구조고도화에 성공함으로서 산업단지 발전의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잡게 됐다. 셋째 7천개사가 넘는 IT 등 첨단 지식기반 산업 중심의 산업 단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적인 IT집적단지의 위상을 얻게 됐다.

이제 G밸리는 새로운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국내 벤처 기업 집적단지에서 세계적인 지식산업단지로 도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G밸리의 현안 과제=G밸리는 29일 `G밸리 비전 2020` 발표를 통해 재도약을 선언한다. `비전 2020`에 따르면 G밸리는 향후 IT와 제조업의 융복합화로 세계적인 첨단 IT 클러스터로 거듭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첨단 기업 비율을 현재의 85.4%에서 93%로 늘리고, 수출 기업도 현 12%에서 2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상장기업수도 현재의 80개에서 200개로 늘리고 생산과 수출은 각각 30조와 60억 달러로 늘린다. 고용 규모는 2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인프라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교통 적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출의 다리` 문제를 비롯해 컨벤션 센터 건립, 문화 공간의 확충 등이 시급하게 이뤄져야한다. 그래야만 G밸리 내 벤처기업들의 G밸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G밸리 업체들의 `脫 G밸리`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단공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산학캠퍼스촌의 건립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G밸리가 세계적인 IT클러스터로 거듭나기 위해선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산학 공동 연구를 촉진할 `산학캠퍼스촌`의 건립이 필요하다는 게 G밸리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산단공은 `산학캠퍼스촌` 건립을 통해 산학협력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기술 인력의 체계적인 공급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산학캠퍼스촌에는 수도권 및 지방대학의 IT 및 융복합 관련 학과들이 입주하고, 기업 연구소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업종별 클러스터의 활성화, 이업종 간 활발한 교류, 고급인력의 확충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산단공은 물론이고 구로구청, 금천구청, 경영자협의회 등 유관기관들과 G밸리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G밸리의 새로운 도약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표1> G밸리의 발전상



<표2> 단지 규모:1981,552㎡

<단위:㎡>

<산업단지 연혁>

-63년 3월 7일 : 수출산업촉진위원회 설치

-64년 9월 14일 :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 제정,공포

-65년 3월 12일 : 제1단지 착공

-67년 4월 1일 : 제1단지 준공

-68년 6월 30일 : 제2단지 준공

-73년 11월 24일 : 제3단지 준공

-2000년 12월 14일 :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 변경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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