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포커스] 생산공정에서 BCP의 중요성

산업생산의 복합화, 다양화와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우리 인간의 편리성을 추구하고자 나날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일상생활용품과 관련해서는 그 제품 생산공정에서 자연 재해 뿐만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불의의 안전사고들로 인하여 인명피해는 물론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가운데 해마다 재발방지를 외치면서도 대단위 석유화학 공장의 화재, 폭발사고 및 정전사고 등은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유해물질의 노출에 따른 환경오염 등은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워 그 파급효과가 실로 크다고 하겠다.

그 하나의 전형적인 예가 지난 4월 20일 저녁 10시경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가 운영 중인 석유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고발생 이틀 뒤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면서 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의 대형 철제 파이프에 3개의 구멍이 생겨 원유가 해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사고발생 후 유출된 기름의 양은 최소 303만 배럴에서 최대 520만 배럴로 추정된다. 유출된 기름띠는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팬서콜라 등 플로리다주 서부해안까지 확산되었다. 연방정부에 의해 어로행위가 금지된 해역이 8만여 평방마일에 달해 새우, 게, 굴양식 등 연근해 어업의 중심지였던 멕시코만의 수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또한 유출된 원유가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해안 습지로 유명한 루이지애나 해안 등 멕시코만 해안을 오염시키면서 야생동식물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100일 이상 지속되면서 역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의 광물관리청(MMS) 등 연방정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가운데, 유정내 이상 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장치인 ´폭발방지기(BO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당시 경보장치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인재(人災)의 성격이 다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P는 이 사고에 앞서 지난 10여년간 알래스카 등지에서 시추를 해오면서 노후 장비를 방치해 안전규정을 무시한다거나, 직원들에게 문제점을 보고하지 말도록 하는 등 ´안전불감증´의 시추작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히 환경상의 재앙뿐만 아니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에 악영향을 미치며 정치쟁점으로 부상했고, 사고를 초래한 영국 석유 메이저 BP는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엑슨모빌,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로열 더치 쉘 등 세계적 석유회사 4곳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를 교훈삼아 각각 2억5천만 달러씩 조달, 총 10억 달러 규모의 위기관리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많은 파장을 낳고 있다.

한편 기존의 에너지, 석유화학 공장의 제품 생산공정에서 가장 큰 위험은 인화성 물질의 누출로 인하여 발생하는 폭발사고를 꼽아왔다. 이는 이들 공장의 특징이 인화성 물질인 가스 및 석유 원료와 제품을 대량으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고온·고압의 공정을 통하여 이들 물질을 가공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특성상 폭발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래의 또 다른 사고 유형으로는 전기와 같은 유틸리티 지원의 문제 발생으로 인한 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이전에도 정전으로 인한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으나 공정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공정 기계의 중단 없이 시설을 가동하는 대형 장치산업 사업장이 늘어감에 따라 정전이나 용수의 공급 중단과 같은 유틸리티 문제로 인한 사고의 피해는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예는 지난 2008년 5월 3일 발생한 여수산업단지 정전사고에서 그 피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사고는 모사업장에서의 피뢰기 파손 사고가 원인이 되어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10여 개 사업장의 전력 공급 중단 사고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 이상까지도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03년 H사에서의 폭발사고로 플랜트 하나를 완전히 손실 당했던 사고와 맞먹는 피해액이었다. 이상에서는 우선 우리가 매스컴 등을 통하여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형사고, 특히 석유화학관련의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그 피해의 규모와 심각성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 보았는데, 이들 사건을 우리 실생활에는 그리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산업 생산공정에서는 더욱 더 다양한 유형의 사고 또는 재해 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일상생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음 기회에는 다양한 생산공정에서의 각종 재해 또는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한 피해와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라고 하는 관점에서의 업무연속성 계획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에 대한 내용을 함께 다루어 보고자 한다.



< 참고자료 >

1. 김정곤 외, 화학공학의 이론과 응용, 제 11권, 제1호, 1079, 2005년

2. EBN화학정보, 제 252호, 2010. 8 (http://chem.ebn.co.kr)

3. 신규철, 석유화학공장의 폭발ㆍ화재사고에 대한 안전관리방안, 2005

4. 안성준, 위험관리, 2008 여름호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영동대학교화장품과학과 이명섭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