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경영화두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마켓 리더`로 잡았다.
예상보다 더딘 글로벌 경기회복, 원화강세 속에서도 올해 목표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2011년에는 핵심역량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은 애플을 뛰어넘는 창조적 혁신, 현대차는 양적 성장에 이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급화, SK는 글로벌 사업의 똑 부러지는 실천력, LG는 그린에너지 신기술 확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내세웠다. 아이폰 쇼크 이후 전열을 가다듬은 삼성그룹은 창조적 혁신을 내년 기치로 내걸고 2011년 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삼성그룹 맏형인 삼성전자는 `잠시 방심하면 죽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글로벌 전자업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용자 경험(UX),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발에 적극 나서고 스마트폰과 TV 등의 제품에서 애플리케이션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 1등 제품은 2등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초격차 전략`도 계속 구사한다. LED TV와 3D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도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스마트 TV 등에서 업계 리더십을 지킨다는 각오다.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올해 미래 5대 신사업을 정한 만큼 내년부터는 이들 사업 투자를 늘리고 필요한 경우 기업 인수ㆍ합병(M&A)에도 나설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빅5 입지를 굳힌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고급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가 목표다.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현대ㆍ기아차의 세계 시장 판매대수는 100만대나 늘었다. 지난해 세계 판매대수가 463만대, 올해는 최소한 550만대, 내년에는 600만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외형보다 내실을 챙길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ㆍ소형차보다 고급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실제 그런 이미지가 쌓여야 도요타가 차지했던 글로벌 최강자 지위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내년부터 본격 판매될 에쿠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연말 국내에서 먼저 선보이는 신형 그랜저와 엑센트가 내년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친환경차 시장에도 도전한다.
현대건설 인수를 염두에 두고 `종합 엔지니어링 그룹 체제 구축`이라는 보다 큰 그림도 2011년 경영계획서 뒷장에서 그리고 있다.
올해 현대제철 고로를 본격 가동한 데 이어 건설 부문까지 합치면 자동차-철강-건설을 3대 그룹 동력 축으로 삼고 글로벌 시너지 배가를 위해 사업 전반을 새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LG그룹은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는 `그린 2020 전략`을 바탕으로 태양전지,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U-헬스케어, 스마트그리드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영속적인 기업이 되려면 10년이 걸리든 50년이 걸리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내년도 신성장동력 연구개발 투자액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은 `말보다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자성(自省)을 통한 `근원적 실행력`이다.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중국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성과와 실행력을 본격적으로 주문하고 나섰다.
SK에너지가 내년 1월 1일자로 석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따로 떼내 신설 자회사를 만들고 지난 7월 출범한 중국 총괄법인 SK차이나의 경우 현지 임원 비율을 높이는 등 조직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통상 12월인 그룹 인사도 올해는 한 달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경영화두가 `파부침주(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는 필사적 결의로 싸움)`였던 만큼 내년은 파부침주보다도 강한 실행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2014년까지 원료 자급률을 50%까지 늘린다는 중기 계획 아래 원료 개발에 적극 나설 태세다. 올 하반기 실적이 악화하면서 내년에는 원가절감을 통한 실적 회복에도 더욱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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