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선동 CGV. 260명의 관객이 영진위가 제작한 3D 단편영화 `못`을 관람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영화 관람이지만 사실 성균관대 학생들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3D 영화 화면의 심도와 입체감 정도에 따라 관객의 영화에 대한 흥미와 집중도, 만족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다.
#성균관대의 한 실험실. 동양인과 서양인이 하나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시선 움직임은 아이트랙커(안구 자동추적기)가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문화심리학적 차원에서 `동양인은 배경과 주인공의 연결을 중시하고 서양인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에만 집중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이다.
성균관대학교 휴먼인터랙션사이언스 학과(학과장 조광수)에는 공학 분야 9명, 디자인 분야 8명, 인문사회과학 분야 21명 등 각기 다른 학문 분야의 38명 학생들이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교수진도 마찬가지다. 이관민 남가주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프랭크 비오카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조광수 미국 미주리대 교수, 샴 선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 엔젤 포빌 스페인 자우메대 교수 등 9명의 교수는 공학 · 심리학 ·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이 학과에 합류했다.
이관민 남가주대학교 교수가 국내에 인터랙션사이언스 학문을 처음 도입하면서 지난 2009년 가을 WCU사업 지원을 받으며 설립된 이 학과의 주 연구 테마는 세 가지다. △모바일 등 유비쿼터스 기기와 인간의 상호작용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인지 등이다.
이 교수는 “애플이나 닌텐도 `위`의 성공은 첨단 기술보다는 사람과 디지털 기기간의 상호작용을 잘 꿰뚫어봤기 때문”이라며 “IT 상품이 무조건 기술만 좋다고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기기를 사용하거나 콘텐츠를 이용할 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만족시켜줘야 `히트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과의 디지털콘텐츠 연구실은 마치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대형 LCD TV와 소파, 게임기 등을 들여놓고 각종 게임기 및 콘텐츠와 사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아이트랙커를 이용해 콘텐츠를 볼 때의 시선정보를 얻는다. 또 바이오팩 연구실은 각종 자극에 따른 사람의 뇌파와 생체반응을 분석한다.
성과도 뛰어나 세계 유수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2010년 10월 현재까지 SCI급 논문(SSCI · SCIE 포함)만 73개로, 교수 1명당 1년에 4개가 넘는다. 유사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1.7개)나 카네기멜론대 HCI학과(0.26개)보다 월등한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통해 얻은 가상경험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내놓은 이 학과의 논문은 학술지 밀러 맥퀸 및 미국 언론 보스턴 글로브에 소개되며 세계 학술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인지도도 높지 않고 척박한 인터랙션사이언스 학문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