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산업지도 바뀐다

중국의 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화웨이 · 하이얼 · 하이센스 · TCL 등 1세대에 이어 콘카 · 부부카오 · 스카이워스 · 쿠파이 등 2세대가 가세하며 중국 전자정보통신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이들 2세대 기업은 내수 시장에서 1세대 기업을 누르며 경쟁력을 확보, 북미, EU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짝퉁폰을 만들던 기업들도 이미 우리 기업과 경쟁할 만큼 급성장했다.

27일 중국과 국내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 전자 · IT시장에서 스카이워스 · 쿠파이 · 콘카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선전에 위치한 TV업체인 스카이워스는 지난해 중국시장 점유율 15%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기존 강자인 하이센스(12%)나 · TCL(10%)을 따돌렸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실시한 가전하향 정책에 힘입어 저가 LCD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게 큰 이유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스카이워스는 이제 중국을 대표하는 TV 전문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쿠파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짝퉁 휴대폰(샨자이) 제조회사로 출발한 쿠파이는 최근 고가 전략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 이 회사의 브랜드 휴대폰인 쿨패드 가격은 70만∼14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500만대가 팔렸다. 또 최근에는 70만∼80만원대의 스마트폰 생산을 준비 중이다. 주요 타깃은 비즈니스맨이다.

중국의 IT 전문가인 리밍마 AIC차이나 편집장은 “선전에 본사를 둔 쿠파이는 중국인 취향에 맞는 고가의 휴대폰을 만들면서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며 “특히 GSM과 CDMA 양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듀얼 칩을 장착한 것이 홍콩과 중국을 오가는 기업인들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부부카오와 티엔유 역시 최근 휴대폰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티엔유는 선전에서 산자이라는 짝퉁폰을 제조하다 실버폰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기업이다. 부부카오는 지난 1995년에 설립해 DVD플레이어 · 밥솥 · MP3플레이어 등을 생산하다 2004년 휴대폰 개발에 나서 최근에는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5%로 끌어올렸다.

부부카오 마케팅 담당자인 위송은 “부부카오는 지난해에만 600만대의 휴대폰을 중국에 판매했다”며 “올해 1000만대 판매실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인도 · 러시아 · 태국 · 미국 등지로 수출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 기업은 국내 부품 제조사인 아모텍 · 텔레칩스 · 알티전자 등과도 최근 협력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급성장에 대비해 한중 기업 간 교류를 강조했다. 차이진창 선전반도체산업협회장은 “그간 수출 중심으로 이뤄지던 중국의 산업정책이 내수시장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중국내 새로운 기업이 부상하면서 한국 업체의 교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한국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협력을 당부했다.

원동진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장도 “최근 중국과의 교역에서 LCD · 반도체의 중국 내 수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의 한 · 중 · 일 간 분업을 활용해 국내 기업의 중국내 입지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전(중국)=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