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삼성그룹 온라인 교육업체 크레듀 경영권을 인수했다.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온라인 교육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삼성SDS가 보유한 IT서비스 역량과 교육부문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판단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삼성그룹이 교육사업 분야를 장악해 중소 사업자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SDS는 그룹 관계사 제일기획이 보유하고 있던 크레듀 주식 150만주 전량을 50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SDS의 크레듀 지분율은 기존 14.2%에서 40.9%로 확대되며 대주주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2000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분사한 크레듀는 e러닝 전문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 왔다. 기업 사내교육을 대행하는 아웃소싱 교육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크레듀가 삼성SDS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왔다. 삼성SDS 역시 `멀티캠퍼스`를 내세워 기업교육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두 기업은 종종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두 기업이 서로 충돌해 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e러닝 시장에서 양사는 서로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삼성그룹이 사업 영역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영역의 두 기업을 합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중복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비즈니스를 체계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그룹 내 교육사업을 담당해온 삼성SDS e러닝 사업 역량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크레듀가 금융자격과정, 직무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이를 활용할 여지도 크다.
크레듀는 SK텔레콤, 현대중공업, 성균관대학교 등 1500여 개 기업ㆍ기관과 거래하며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방대한 교육 네트워크를 승계한 삼성SDS가 모바일, 영상회의 등 IT(정보기술)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체계화하면 더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삼성` 브랜드를 등에 업고 시장을 뿌리째 흔들 가능성도 높다.
특히 최근 크레듀가 영어 자격증시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삼성SDS 사업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크레듀는 최근 영어회화 능력 평가 `오픽(OPIc)` 시험을 주관하며 토익ㆍ텝스 등 기존 영어 자격증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왔다. 삼성, LG, 현대차, SK, 롯데 등 대기업 입사시험에 오픽이 채택되며 수험생을 대상으로 빠른 매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6만명을 밑돌았던 오픽 응시자는 내년 20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듀 측이 오프라인 학원을 열어 오픽 강좌를 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이번 삼성SDS로의 피인수로 자금과 인력을 지원받기 용이한 크레듀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교육부문에 삼성이 본격 진출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네트워크로 학원 시장을 장악해 기존 교육업체 입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픽이 영어 자격증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ㆍ오프라인 교육 강좌가 늘어나면 토익ㆍ텝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 사업자는 일시에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한편 이날 크레듀는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날 대비 4350원 오른 3만3450원에 마감했다.
[매일경제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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