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에 뭉칫돈 몰린다

오갈 곳 없는 시중 돈이 증시로 계속 몰리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 수천억 원대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이 예사로 일어나는가 하면, 상장기업 증자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달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직접투자를 위한 증시 고객예탁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조원 몰리는 것은 예사=지난 13일과 1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청약에 들어간 인화정공과 주간사였던 신한금융투자 측은 청약 결과에 다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이처럼 많은 돈이 쏠릴 줄 몰랐기 때문이다. 청약 최종 경쟁률은 582.41대1, 증거금으로 무려 1조8171억원이 몰렸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중소기업에 이처럼 1조원이 넘는 돈이 몰린 것은 드문 사례다. 주간사였던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이처럼 많은 자금이 청약에 몰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인화정공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같은 기간 청약을 실시한 누리플랜에도 7655억원이나 되는 시중 돈이 몰려들었다. 청약 경쟁률은 인화정공보다 훨씬 높은 843대1을 기록했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공모를 위해 움직인 돈만 해도 2조5000억여 원이나 되는 셈이다.

이달에 공모에 나선 아이씨코리아 아이텍반도체 코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이씨코리아는 1105.27대1의 청약 경쟁률 속에 464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아이텍반도체에도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코렌은 1300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중 자금이 몰리는 곳은 비단 공모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량 상장기업의 증자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1일과 22일 실시된 네패스의 실권주 청약에 몰린 돈은 1조1191억원, 경쟁률은 944.67대1이었다.

직접투자를 위해 들어오는 돈도 계속 늘고 있다. 증시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1일 고객예탁금은 1조2722억원이었지만 이달 25일에는 1조4465억원으로 1700억여 원이 증가했다.

◆당분간 더 이어질 수도=그렇다면 왜 이같이 시중 돈이 공모와 증자에 쏠리는 걸까.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에 대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국고채 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리스크가 있더라도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금리 하락에다 불패였던 부동산시장까지 하락하고 있어 시중엔 투자 대상이 별로 없다"면서 "특히 금리가 낮을 때면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사례가 많아 이런 요인도 증시 자금 유입의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점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던 2004년 7월께와 2009년 3월께를 보면 증시는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이번 초저금리 시대에도 이 같은 일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투자자들이 증시로 속속 귀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아직 증시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몰린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기 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이리저리 몰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증시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자금 유입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일경제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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