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 주제발표-최영호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인류 사회 헤게모니가 `하드`에서 `소프트`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그리스 · 로마나 포르투갈 · 스페인이 군사력을 무기로 세계 패권을 쥐었다면 이제 문화력을 지닌 국가로 힘의 중심이 옮겨갈 것이다. 때문에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육성하려는 각국의 노력도 치열하다. 미국도 군수산업이 수출 1위였지만, 이제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를 놓치지 않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컴퓨터그래픽(CG)과 3D 산업은 콘텐츠 분야 핵심기반 산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다. 3차원(D) 산업을 말하려면 영화 `아바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제작비 5억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에서 2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지난해 삼성의 영업이익이 90억달러였다. 둘을 비교하면 영화 한 편이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후 제작된 3D 영화인 `토이스토리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슈렉 포에버` 등도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3D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이 증명된 것이다.

공연 · 스포츠 등도 3D로 진입하고 있다. 영국의 록밴드 `U2`의 3D 공연 실황은 2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여름 열린 `남아공 월드컵`도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3D 영상으로 중계됐다.

게다가 3D 산업은 디자인 · 건축 · 의료 · 국방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이 쉽고 파급효과도 크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3D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과 표준화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3D 촬영이나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컨버팅 등 다양한 제작방식에 대한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뉴질랜드는 `LBSPG`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비의 15%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아바타`도 이 제도를 통해 약 380억원을 돌려받았다. 영국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다. 캐나다는 제작비의 30~50%를 돌려준다. 경우에 따라 인건비의 30~50%를 환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3D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나탈리`라는 3D 영화가 개봉됐다. `제7광구` `아름다운 우리` `현의노래` 등도 준비 중이다. 공연 산업도 적극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공연 실황을 3D 콘텐츠로 촬영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CG 부분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3D 분야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유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기술 분야를 전공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기술에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기에 성공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본다. `슈렉` 등의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는 평범하다. 우리도 잘 만들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해리포터 프로젝트`, 첨단 문화기술로 고품질 킬러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아바타 프로젝트`, 신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보고 프로젝트` 등을 전략으로 세웠다. 아직 부족하지만 지원 성과도 조금씩 내고 있다.

향후 콘텐츠진흥원은 `3D영상지원센터` 설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조업이 연구소를 설립하듯, 콘텐츠 산업도 3D스튜디오와 CG스튜디오를 만들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이제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 민간과 학교, 기관이 힘을 합쳐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자. 할리우드 영화와 어깨를 겨뤄보는 날을 기대한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