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석유화학업계는 녹색관련 산업의 성장에 발 맞춰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면서 녹색기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보유한 안정된 석유화학제품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생인 석유화학 사업과 별개의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기존 역량을 이용, 녹색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것이다. 특히 2차전지 · 태양광 · 풍력 등 신성장 동력분야는 이들 기업에 향후 수십년을 책임질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텃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전지와 풍력발전기의 핵심 소재 개발에 나선 경우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986년부터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공중합체 수지(EVA)를 생산해 왔다. EVA는 태양전지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한화케미칼은 녹색소재로서 EVA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생산구조가 필름용-발포용-접착용(HMA용) 순으로 형성돼 있지만 향후 `코팅용`과 `태양전지용` 같은 고급 EVA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선택이다.
현재 약 10만톤 수준의 EVA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케미칼은 설비 증설을 통해 2014년까지 생산량을 14만톤으로 확대하고 태양전지용 EVA를 중심으로 용도별 제품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수립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의 핵심소재를 국산화하면서 녹색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인 금호피앤비는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의 주 원료가 되는 에폭시와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독일선급(GL)인증을 받기도 했다. 에폭시는 날개를 이루는 주 성분이고 접착제는 두 개의 날개를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한다. 40m가 넘는 날개를 접착제로 붙여야 하는 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특히 에폭시 시장은 2010년 현재 1조원이 넘는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금호피앤비는 시장 상황에 맞춰 양산 규모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기차와 관련해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핵심 소재 분야에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배터리 생산 능력에 있어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LG화학은 양극재와 분리막을 자체 생산하는 데서 나아가 음극재와 분리막 생산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상 국산화율이 거의 제로인 음극재 개발을 통해 2차전지 핵심 소재 분야 전 과정을 국산화하겠다는 야심이다.
이를 위해 올해만 연구개발(R&D) 인력을 총 400여 명 채용할 계획이며, 배터리 분야에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유창선 · 최호 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