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의 입닫은 속내는…

한ㆍ미 양국 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의와 관련된 의견 발표를 철저히 `로키(low key)`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지난 6월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부 간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가능한 한 로키를 바라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논의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환경규제 완화 등을 통해 수용하는 대신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추가적인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추가 논의로 인해 한ㆍ미 FTA 비준이 지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양국 정치권에서 재협상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미국 측 요청 때문이다. 다음달 2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 앞서 한ㆍ미 FTA 논의가 수면으로 부상하면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사진)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6~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공식 접촉을 한 후에도 양측은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구체적인 회담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미국 USTR 대변인은 G20 서울정상회의 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간 막후 논의가 진행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장관 등은 지난 25일 오전 힐튼호텔에서 `한ㆍ미 FTA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부 실수로 일정이 공개되면서 회의 장소를 급히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른 부처 장관들 일정에는 이 회의 일정이 빠져 있고 해당 부처에서는 회의가 열린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

또 외부에 유출된 환경부의 `연비ㆍ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 고시` 문건에는 한ㆍ미 FTA 논의 과정에서 대응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 김병호 기자/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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