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보험사들에 기존과는 다른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점점 더 강화되는 규제 당국과 신용평가기관의 감시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는 물론 철저한 고객 분석을 통한 스마트한 대응이 절실해졌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급성장과 태블릿PC의 등장, SNS의 증가 등으로 고객들의 소비 행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신규 고객 채널에 대한 대응도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더 이상 미온적인 대응으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는 보험사들에 최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FMS 것이 바로 `고객 정보 최적화`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고객수와 보험계약수를 평가 기준으로 삼을 만큼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 기업들에 비해 고객과의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고객 정보 관리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기존과 같은 계약 · 상품 중심의 고객 관리 방식으론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고객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고객 중심적인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찬수 투이컨설팅 이사는 “앞으로 보험사들이 고객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반으로서 고객에 대한 360도 뷰를 확보하고 고객 접점에서 고객 경험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세스 체계의 혁신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들은 고객 중심이 아닌 보험사 관점에서의 고객 관리를 해오면서 고객을 제대로 이해해 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 미래, `고객 정보 분석력`에 달려있다=국내 보험사들은 그동안 시장과 고객, 그리고 비즈니스에 보다 심도 있는 통찰력을 얻기 위해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를 비롯해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 비즈니스어낼러시스(BA) 등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국내 보험업계 담당자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하종원 과장은 “많은 보험사들이 단순히 고객 정보만을 통합하고는 고객 중심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고객 정보 뿐 아니라 상품정보, 채널정보까지도 모두 통합 관리함으로써 고객을 다차원으로 분석해야 고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 대부분은 각 업무시스템별로 고객 정보를 분산 관리해 왔고 콜센터를 통한 상담정보도 통합 관리해 오지 못했다. 이러한 통합 정보관리에 소홀히 해 왔던 점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고객 관점이 아닌 자사 보험사의 상품에 맞춰 잠재고객과 계약고객 등으로 단순 분류해 온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IBM의 마크 루이스 글로벌 보험산업 총괄 리더는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상품지향적인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하려 했다”며 “많은 보험사들이 고객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구통계학적인 분류 방식에 따른 상품 중심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IBM은 전 세계 30개 국가의 200여개 보험사를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결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창출한 보험사들의 특징으로 산업과 시장 및 고객에 관해 경쟁사들 보다 매우 탁월한 통찰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들은 고객을 단순한 매출원이 아니라 고객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하는 등 고객을 더 잘 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IBM 김기환 고문은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보험상품의 가격에 매우 예민할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비용을 더 추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잘못된 오해들은 그동안 많은 성장기회를 상실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객 지향적이라는 것은 고객이 보험회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 가를 제대로 파악해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세분화 전략 수립해야=업계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기존 고객 세분화 기준을 지급보다 배 이상 상세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호도, 가치, 행동양식, 인구통계학적인 기준에서 더 세분화함으로써 고차원적이고 다면적인 고객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귤농장에서 수확한 귤을 예로 들어 보자. 귤농장에서는 같은 시기에 수확한 귤을 특A, 특B, 우수, 보통 등으로 나눠 가격을 차별화해 시장에 내 놓는다. 국내 보험회사들이 고객 세분화하는 수준은 현재 이 수준의 단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특A 상자에 들어있는 귤의 크기나 당도, 맛, 신선도 등이 모두 동일하다고 볼 순 없다. 게다가 하나의 귤을 쪼개보더라도 그 안에는 과립이 들어 있는 여러 개의 소규모로 분리된 알맹이가 있고, 이들 각각의 알맹이 또한 서로 다른 크기와 과즙의 양을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농장에서 같은 시기에 같은 나무에서 생산된 특A급의 귤이라 할지라도 이를 세분화해 보면 완전히 서로 다른 특징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에서도 동일한 고객군으로 정했을 지라도 각 고객이 원하는 것은 서로 상이할 수 있다. 고객군을 최대한 상세화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투자 대비 가장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김기환 고문은 “다양한 정보의 원천으로부터 가장 잘게 쪼개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계약자의 요구와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등 개별화된 분류 체계도 필요하다”며 “이러한 고객 세분화를 통해 고객군별 상품과 서비스 오퍼링을 일체화할 수 있고, 고객의 가치와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식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객 분류 세분화와 함께 고객 경험 관리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고객 접점에서 고객 경험관리로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도 경쟁력 확보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험사인 미국의 어슈어런트(Assurant)의 경우 콜센터로 문의하는 고객들의 특성을 아주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실시간 분석 마케팅 플랫폼(RAMP)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과거 상담 경력을 분석할 뿐 아니라 고객의 성격이 급한지, 사투리를 사용하는지, 통화를 길게 하길 원하는 지 등의 내용까지도 분석 제공해 준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을 가장 적절하게 잘 대응해 줄 수 있는 콜센터 상담원을 매칭해서 응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슈어런트는 상담원의 전화를 거부하는 DNC(Do Not Call) 요청이 20% 감소했고, 보험 판매도 29% 향상되는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계약 · 상품 중심의 고객 관리에서 벗어나야…고객 세분화로 서비스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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