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퇴직 IT인력에 기회를 주자

[취재수첩]퇴직 IT인력에 기회를 주자

2년 전 대기업에 인수된 중견 서비스업체인 A사는 올해 초부터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전체 인력의 30%를 감원했다.

이 회사 정보기술(IT)부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슷한 비율로 감원이 이뤄졌다. 감원 대상자에는 10년 이상, 많게는 2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 IT인력들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

외환위기 이후 유행처럼 불어닥친 구조조정에 의한 인원 감축과 청년실업 등 높은 실업률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이슈거리도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IT개발자는 단순 프로그래밍을 전담하는 코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한다. 경험을 쌓아 프로젝트 리더(PL)를 거쳐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되기까지 적어도 7~8년이 걸린다.

이는 업무를 익히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일 뿐이다. 한 산업군의 핵심 IT 일꾼이 되려면 10년으로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전문지식을 쌓아온 IT인력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면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IT업체의 기술영업직 등으로 이직하든가 아니면 개인사업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IT업체로 이직하더라도 전 직장보다 줄어든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A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이런 IT인력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이나 분석 단계에는 경력이 채 3년도 안 되는 고임금 컨설턴트들이 투입되곤 한다”면서 “물론 이들이 많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겠지만 동종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인력들의 경험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퇴직 IT인력들이 PMO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당 산업의 특성에 맞게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맥을 잡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프로젝트가 보다 손쉽게 자리를 잡고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이런 인력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대책 없이 사장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냥 흘려버릴 수만은 없는 지적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업과 사회 모두 퇴직한 IT인력들의 경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솔선수범하는 사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