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폐막한 `E펀 페스티벌`](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50991_20101029161038_008_0002.jpg)
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구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최근 들어 표류하고 있다. 7년 전부터 추진돼 온 문화산업발전계획은 동력을 잃었고, 지난달 31일 폐막한 e스포츠 행사(e-fun)는 내년 개최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섬유와 기계에 의존해 온 대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디지털콘텐츠산업. 중흥기를 맞기도 전에 성장판이 닫히고 있는 대구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을 3회에 걸쳐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대구 디지털콘텐츠산업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 디지털콘텐츠산업의 급속한 성장추세에 비춰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만난 대구지역 게임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그는 “3, 4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 하면 게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콘텐츠분야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알아줬는데 이젠 그마저도 퇴색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게임 기업 수 · 성장 답보 상태=대구 문화산업발전계획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당시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1.7%에 머물던 게임, 모바일콘텐츠,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콘텐츠산업의 비율을 올해 1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시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자리한 대구시 중구 대명동 ICT파크에 문화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디지털콘텐츠 관련 기업을 집적해 관련 산업이 자연스럽게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수치로 볼 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비록 디지털콘텐츠산업의 비율이 아직은 GRDP 대비 5%에 머물고 있지만, 디지털콘텐츠산업 집적지인 ICT파크의 입주기업은 지난 2004년 52곳에서 현재 100여 곳으로 늘었다. 전체 매출액도 당시 200억여원 수준에서 지금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가 문화산업발전계획 가운데 성장기의 마지막 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확대기에 접어들어야 하지만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오히려 하강을 앞둔 변곡점 위를 지나고 있다.
먼저 원소스멀티유스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게임 기업의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역에는 현재 KOG와 라온엔터테인먼트, 민커뮤니케이션 등 지역을 대표하는 3개 게임사만이 온라인게임업계에서 이름이 조금 알려져 있을 뿐 신규 창업 증가나 나머지 기업의 성장은 답보 상태다.
주요 게임사도 대표 게임 한 두개로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을 뿐 게임콘텐츠를 활용한 신규 사업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퍼블리셔로 전환해 성장하기에는 지역적 한계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게임 제작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온라인게임 트렌드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10년 된 `이펀` 정체성 모호=그동안 대구 디지털콘텐츠산업을 국내외에 알려온 유일한 창구였던 `이펀(e-fun)`도 예산 부족과 정체성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0년째 접어든 이펀은 국내 e스포츠의 대명사로 성장했음에도 지난 2008년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후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펀이 일반 대중을 위한 페스티벌 형태와 기업 간 비즈니스 형태의 중간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도 안타깝다. 결국 명확한 목표 설정 없이 치르기에 급급하다 보니 어느 한쪽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산을 지원하는 대구시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시는 올해 행사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전혀 새로운 아이템인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주제로 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펀이 대구의 브랜드 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10년이 되도록 정체성이 모호하고,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 부족=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력 양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는 게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5~6곳이다. 그나마 배출된 인력의 상당수도 기업에서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다. 게임 개발 능력을 갖춘 인력은 정작 지역을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단순 게임 제작인력보다는 기획,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등 전문가로 키울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그나마 쓸 만한 인력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게임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디지털콘텐츠산업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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