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일선 교육청을 상대로 한 소프트웨어(SW) 불공정 거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3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교과부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으로 구성된 `시 · 도교육청 업무용 SW 실무위원회`의 간사역할을 맡은 경북교육청에 MS와의 계약 내용 등 자료 일체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보도 이후 김세연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MS의 교육용 SW 라이선스 정책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본지 2월 10일자 1면, 6월 3일자 6면 참조
공정위는 MS가 교육용 SW 라이선스 정책인 `SA(School Agreement)`에 교육 현장에서는 사용 빈도가 현격히 낮은 프로그램까지 함께 판매하는 `끼워팔기`를 시도한 혐의 등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선 사실확인 차원에서 자료를 받고 있다. MS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교육청에 무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것으로는 불공정 계약이라 보기 힘들다”면서 “다만 교육계에서 사용하지 않는 SW까지 구매하도록 한 부분은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신문이 이와 관련해 입수한 MS SA의 2010년 계약확인서에 따르면 MS SA는 윈도 업그레이드 비용과 오피스 2007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사용료, CAL(Core Client License) 라이선스 비용을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SA에 적용된 오피스 2007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일반 기업도 아닌 대기업용 최고 사양의 제품으로 교육 현장에서 쓰이는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외에 쉐어포인트, 워크스페이스, 인포 패스, 엑세스, 퍼블리셔, 픽쳐 매니저, 그루브 등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프로그램이 대거 포함됐다.
CAL 라이선스는 교육청이 윈도 OS를 탑재한 서버로 홈페이지를 서비스하는 경우에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뿐만 아니라 대다수 기업들은 윈도 서버가 아니라 유닉스나 리눅스 서버를 이용하고 있어 CAL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
이에 대해 MS는 SA라이선스의 취지가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데 있으며, 패키지 구매가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엑셀, 워드 등을 따로 구입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문제는 MS가 낱개 SW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해 묶음 구매를 유도한다는 데 있다.
한국 MS 총판 관계자는 “실제로 엑셀이나 워드만 따로 사는 경우는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면서 “패키지(묶음)로 사면 따로 구매하는 금액의 최대 10% 이하 수준에 맞출 수 있는 데 누가 그렇게 하겠는갚고 말했다.
현재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IT전문가도 아닌 학생들이 대기업 IT전문가들이 쓰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공정위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