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원축록(中原逐鹿 · 중원에서 사슴을 쫓음)의 시대입니다.”
조환인 KOTRA 사장은 최근 한국표준협회가 개최한 `세계경제 전환기 한국의 대응전략` 조찬강연에서 “내수 부양 및 경기회복에 집중해왔던 해외 국가들이 작년까지와는 다르게 미국은 3D, 스마트폰 등을, 일본은 각종 저가 전자상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가 사슴을 잡지 못하면 다른 맹수가 잡아먹기 때문에 “사슴이 아니라 사슴을 잡아먹는 다른 맹수보다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향후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는데다 다른 나라의 한국에 대한 견제가 겹치면서 3분기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조사하는 수출선행지표에서 중국을 제외하곤 전체적인 성장률 감소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환율전쟁이나 무역전쟁 등 강대국의 상호 간 날 세우기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과도한 상호 의존성이 현재의 갈등을 봉합시킬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조 사장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내수 진작을 우선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세계 기업이 한국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에 동시에 만족하고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전략으로 △가깝고도 큰 시장을 놓치지 말 것 △철저한 현지화와 트렌드 창출 △다각화와 융합 등을 꼽았다.
우선 조 사장은 중국이라는 시장을 잡을 것을 주문했다. 시장규모는 엄청나지만 혁신역량이 부족한 등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악하기 쉬운 시장인데, 이미 일본이 중국 내수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안에서만 장사 잘 된다고 있다 보면 내륙의 내수 시장을 다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 기업의 SNS 서비스 수출 실패 사례에서 보듯, 현지화를 못하면 제아무리 대기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기업이 돼야 1등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사장은 “트렌드를 못 따라가면 실패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면 2등이 된다. 트렌를 만들어서 끌고가야 1등이 된다”며 “우리 중소기업이 그 정도 역량은 충분히 있고, 한류라는 감성도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또 매달 시장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융 · 복합시킬 것을 주문했다. 조 사장은 “어느 날 갑자기 내 시장이 없어질 수 있다. 지금 일본이 당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한 시장이 안되면 다른 쪽에서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 산업에 다른 개념을 붙이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강연 말미에도 “여건은 성숙돼 있다. 지금 안 나가면 늦다. 과감하게 나가서 실력을 발휘할 때”라고 덧붙이며 해외 진출을 독려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