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단선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핵심 경쟁력과 관련 없는 건 정리해 슬림하게 가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휴대전화사업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개혁하기 위해 구상 중인 조직개편의 방향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초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남용 부회장에 이어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으며 이후 조직개편 등을 통한 분위기 쇄신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구 부회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단선화`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남용 부회장 시절 `매트릭스` 형태를 보이던 조직을 단선화해 수직체계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시키라고 한 것.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재빨리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한마디로 스피디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남 부회장 체제 하에서 LG전자 조직은 직능별로 담당자가 있을 뿐 아니라 지역별ㆍ상품별로도 담당자가 있는 `매트릭스`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왔다. 예를 들어 본사에 해외법인의 마케팅ㆍ상품을 관리하는 직원이 있고 해당 해외법인에도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있다. 또 5개 사업본부, 최고마케팅책임자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글로벌지역본부 등 복잡다단한 의사결정 구조로 돼 있다.
이러다 보니 업무가 겹쳐 의사 소통에 혼란을 겪고 비즈니스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가 회사 내외부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이런 문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대응에서 실기하는 데도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또 구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핵심 사업ㆍ경쟁력과 관련 없는 것은 정리해 사업과 조직을 슬림하게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LG전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업ㆍ경쟁력을 선택해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고 이미 벌여 놓은 일이라도 장래성이 높지 않으면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LG전자 조직개편의 또 다른 방향은 `제품 경쟁력` 강화다. 이 회사는 그동안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마케팅보다는 제품 경쟁력이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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