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젊은 리더` 발언이 연말 인사철을 앞둔 삼성그룹 내부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그룹 최고위 경영인들은 특히 이 회장이 일반적인 조직문화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뉘앙스를 넘어 `나이 많은 사람`을 특정해 쇄신 대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의 `단답형` 언급도 복기해 보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의도된 발언이었던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세대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이번 `젊은 조직론(論)` 역시 무심결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2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지난달 12일 멕시코 출장을 위해 출국할 때만 해도 그가 짧게 언급했던 젊은 조직론이 원론적 얘기이거나 물리적 나이가 아닌 `창의적 조직문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많았으나 지난달 30일 귀국하면서 `젊은 리더`를 재차 강조하자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특히 이 회장이 "나이많은 사람은 안맞죠"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격을 받은 인사들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출국길에서 언급했던 `젊은 조직론`이 연말에 대폭적인 쇄신인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폭이라기보다는..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판단도 빨리 해야 하고 그래서 젊은 사람이 조직에 더 어울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리더는 젊음 외에도 리더십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21세기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빨리, 잘 해야 한다"며 "그래서 젊은 사람이라야 맞지. 나이많은 사람은 안맞죠"라고 피력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나이많은 사람`이 몇 살 이상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연말 임원 인사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재작년과 작년 잇따라 쇄신형 인사를 단행한 결과로 53.7세까지 낮아진 상태다.
삼성은 재작년 인사에서 61세 이상의 CEO를 퇴진시킨 바 있으며 작년 인사에서는 50대를 사장단의 주력으로 포진시키는 쇄신형 인사를 단행했다.
만약 이 회장의 발언이 올해 42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라면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0대 초반의 `젊은 오너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삼성 사장단의 연령대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40대 임원의 대거 발탁과 같은, 말 그대로 쇄신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같은 관측은 특히 올 연말 인사가 이 회장이 2년 가량의 공백기를 거쳐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나서 처음 단행하는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다소 이완됐던 조직을 추스르고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53.7세지만 60살이 넘거나 60살에 가까운 평균 연령 이상의 CEO도 적지 않은 만큼 이들 중에서 올해 실적이 신통치 않은 인사들이 우선적인 쇄신 인사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관측마저 삼성 안팎에서는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부진, 이서현 등 다른 오너 3세들까지 전진배치된다면 삼성 사장단의 평균 연령이 지금보다 더 젊어질 수도 있다"며 "삼성이 명실상부한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느냐가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애초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에 대해 "원론적 말씀"이라며 "최근 2년 새 큰 폭의 임원 인사로 이미 사장단이 젊어져 있기 때문에 회장 말씀이 세대교체나 물갈이 인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석했던 삼성 측도 할 말을 잊은 모습이다.
삼성 관계자는 "출국 당시 발언의 뉘앙스와 귀국 시 발언의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면서 "회장께서 구체적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고 따로 부연하거나 해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