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인력 양성, 정답은 `제값주기`에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11/052629_20101103131554_290_0001.jpg)
최근 소프트웨어(SW) 인력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SW분야의 부족 인력은 1만1807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로부터 촉발된 앱센터의 확산과 콘텐츠 시장이 열리면서 가전기업과 핸드폰 제조업체, 자동차 업체들까지 콘텐츠 확보와 SW인력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는 SW인력 확보를 위해 등록금은 물론이고 기숙사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SW사관학교` 과정을 성균관대학에 개설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삼성SDS는 올해 SW 인력만 1000명을 확보하려 한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대기업들이 시급하게 인력 확보와 양성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시중에는 SW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스마트폰 개발자는 이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중소기업이 키운 모바일 개발자들은 올해 초 이미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으로 적을 옮겼다. 그러나 SW인력 시장으로 들어오는 대졸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IMF 이후 호황을 누리던 서울 주변의 전산학원들은 오래전 대부분 문을 닫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청년실업`이라고 얘기하고 선거철이면 모든 후보자들이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데도 왜 SW분야에서 유독 인력의 부적합(mismatch)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SW의 저가수주`에 있다. SW개발 전문 기업의 대졸 초임은 2400만~2800만원 사이에 분포돼 있다. 그러나 안산의 공단에서 일하는 몽골 출신 외국인들이 기본급에 수당을 합해 한달에 170만원 정도, 연봉 200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한 제조업체 사장의 얘기를 참조한다면 SW인력 양성이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SW는 대졸이상의 고학력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두뇌 산업이지만 사회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W분야의 고급인력이 거의 매일 몽골 노동자처럼 밤새워 일하지만 같은 시간만큼 안산의 해외 노동자와 비슷한 봉급을 받는다면 누가 SW인력이 되겠다고 선뜻 나서겠는가?
오늘의 SW인력 문제는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지속돼온 정부와 대기업의 `저가 수주`관행으로 비롯된 것임을 모두 알고 있다. 정부기관에서는 `국민 혈세를 아끼기 위해`, 대기업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SW헐값 구매를 유도하고, 심지어 일부 금융권에서는 `역경매` 방식까지 동원해 값을 후려치고 있다. SW개발을 사람의 머릿수로 세어 용역 대금으로 지불하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인력을 상주시키는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SW개발 전문 업체의 수익성은 떨어져 늘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허덕이고, 급여는 울라 갈 줄을 모르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덮어 놓고 정부가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통한 SW인재 육성`을 하겠다는 제안은 취지는 좋지만 실현이 어려울 것이다. SW 저가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인력 양성도, 수출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오랜 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SW산업을 육성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키워보자는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정가격의 75% 이하를 제시하는 업체는 향후 5년간 정부 입찰에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오히려 국민 혈세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자, SW를 대한민국의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전략이다.
최종욱 상명대학교 소프트웨어대학 교수 juchoi@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