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여를 날아 도착한 최대 상업도시 다낭. 여기서도 세 시간 남짓 차를 타고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SK에너지가 운영 및 관리(O&M)를 담당하고 있는 정유공장 BSR가 들어서 있다.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 설비가 없던 베트남의 첫 정유공장인 BSR에 이목이 쏠려 있다.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뉴스감이다. SK에너지가 `기술 한류`의 중심인 이유다.
공장 입구를 향해 뻗은 도로를 지나면 우측에 연간 목표 생산량과 현재 생산량 등이 전광판으로 표시된다. 이곳에서 정제되는 원유는 대부분 베트남의 박호(Bach ho) 유전에서 생산된 것으로 베트남 수요의 26%를 차지한다.
공장에 들어서면 청색 상하의를 착용하고 왼쪽 가슴에 `SK에너지` 로고를 새긴 파견 인력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BSR와 운영 및 관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울산공장의 석유생산 · 생산기술 · 생산관리 · 설비관리 등 분야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직원 103명을 1차로 파견했다.
하지만 프랑스 테크닙과 일본 JGC가 설계한 거대 정유설비를 운영, 관리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설비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SK에너지는 곧바로 설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자료로 만들어져 설비 담당인 프랑스 기업에 즉시 전해졌다. 현재까지 설비 문제 120건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91건은 프랑스 테크닙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또 인체에 유해한 요인과 공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도 각각 46건과 85건을 찾아냈다. SK에너지가 울산공장의 베테랑 직원들을 파견한 이유다.
SK에너지는 전망대에서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BSR의 신규 합성수지(폴리프로필렌) 공장에 대한 O&M 계약도 체결했다. 화학공장에도 분야별 전문가 20여 명과 글로벌 기술인력 10여 명이 선발돼 지난 7월부터 파견돼 있다.
지난달 1단계 사업이 완료돼 파견 인력 일부가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첫 정기보수 시기가 도래해 남은 직원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정기보수는 한국에서조차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울산공장 협력업체 직원 1000여 명과 중장비 등을 한국에서 동원해 준비하고 있다. 수익보다는 양국 간 신뢰 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모든 역량을 O&M에 쏟아붓는 모습이다. 하지만 SK에너지가 전하는 한류는 기술에만 있지 않았다. SK에너지는 자체 경영시스템인 SKMS와 수펙스(SUPEX)를 이식하는 한편, 사회공헌과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기술 전수를 넘어 베트남과 동반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SK에너지는 인근 초등학교의 시설물을 보수하고 도서관도 지었다. SK에너지와 베트남의 동반 성장을 위한 시금석이다. SK에너지가 말하는 동반성장이 이제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의 행복 날개가 베트남에서도 비상하길 기대한다.
꿩아이(베트남)=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