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만 터치스크린 기술 경쟁 2라운드

스마트패드 터치스크린 시장을 놓고 한국과 대만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휴대폰 등 소형 터치스크린 시장에서 각자 영역을 확보하며 기술을 발전시켜온 한국 · 대만 업체들이 터치스크린의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고 있는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터치스크린 시장인 휴대폰을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은 필름 타입 투명전극(ITO)을 적용해왔다. 감압식 터치스크린에 적용된 ITO필름을 그대로 사용해 정전용량방식 터치스크린을 개발한 것이다. 반면에 대만 업체들은 빛 투과율에 강점이 있는 유리 타입 ITO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삼성 · LG전자 등 휴대폰 업체가 대부분 필름 타입 기술을 지지하고 있고, 애플은 대만 업체의 유리 타입 터치스크린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에는 필름 타입 터치스크린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대만 업체들이 공정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현재 3.5인치 기준으로 10달러대의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필름 계열 기술은 핵심 소재를 일본 및 중국에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이 있으며, 유리 계열 기술은 증착 등 공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

델 · 에이서 등 노트북 제조업체도 스마트패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대만 노트북 업체들은 자국에서 부품 소싱이 유리한 유리 타입 기술을 선언하기도 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하던 대만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터치스크린을 꼽고 있다. 애플에 터치 패널을 공급하는 TPK가 대표적이다. 삼성 · LG 등 국내 세트업체는 스마트패드에 필름 타입 ITO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패드 갤럭시탭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패드 부품 대부분을 기존 휴대폰 부품 업체들이 제조하고 있고, 스마트패드 사업 총괄도 노트북 부문이 아닌 무선사업부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체형 터치스크린 기술의 완성도가 개선된다면 국내 세트업체들도 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 멜파스 등 국내 터치스크린업체는 강화유리 및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을 내놓으면서 고급 휴대폰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강화유리 일체형 터치(DPW),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OCTA) 스크린 기술은 필름 타입 기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이다.

스마트패드 시장에 적극적인 일체형 터치스크린 업체는 멜파스다. 최근 KT 스마트패드에 필름 타입 터치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한 멜파스는 향후 DPW를 스마트패드에 적용할 계획이다. 터치스크린 칩 성능을 강화해 대면적 터치스크린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은 “두 진영 간 기술적인 장단점은 이미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면서 “어느 쪽이 좀 더 완성도 높은 기술을 내놓는지에 따라 향후 스마트패드 터치스크린 시장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