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재미가 톡톡하다. 혹시 “요즘 같은 시절엽라는 수식이 두려워 `아이폰` 같은 것 하나쯤 손에 꼭 쥐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으로 훅 날려 버릴 수 있겠다. 또 “요즘 애들은 도대체갚라는 몰이해가 절로 터져 나오고는 했다면, 이 책으로 척 풀어 없애 버릴 수도 있겠고.

물론 읽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당장 `아이폰`을 사러 달려가거나 `애들`을 향해 혀를 찰 수도 있을 것이다. 뛰어가든 혀를 차든 읽는 이가 선택하기 나름이듯 책에 담긴 내용이 낱낱이 알록달록 흥미롭다.

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지은이 덕분이다. 그는 늘 재미있게 말했고, 때로는 시원했다. `황상민 교수의 미래소비 특강: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초판 1쇄 2008년 11월)`에도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통쾌한 게 가득했다.

기자는 은근히 황상민의 `네오 르네상스(Neo Renaissance)`에 가까운 듯했다. `날라리의 코드이면서도 비교적 주류 성향을 가진 유일한 마음의 지도(175쪽)`가 기자 안에 애초부터 깃든 것 같았다. 마음의 길을 찾는 바로 그 지도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깃들었을 것으로 은근히 바랐다. 아! 그래서 황상민의 `디지털 컨서버티브(Digital Conservative)`가 기자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사람(166쪽)`으로 여겼겠구나 하고 자위했다.

심리학자인 지은이가 분류한 디지털 시대 소비자 유형은 더 있다. 이른바 `디지털 빠순이`로 통하는 `디지털 부머(Boomer)`와 날라리 성향이되 개인 취향을 중요시하는 `디지털 루덴스(Ludens)`에 먼저 시선이 머문다. 두 부류가 “대중 소비문화의 진정한 주역들(176쪽)”이기 때문이다. 또 직업적 성취와 발전을 추구하는 `디지털 모더니스트(Modernist)`와 경제적 안정을 바라되 즐겁고 멋진 삶도 중요시하는 `디지털 시크(Chic)` 등 지은이가 제시하는 여러 갈래 마음의 지도를 따라가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내게 비슷한 지도를 찾고, 나와 다른 마음의 지도를 가진 이가 나를 어찌 생각할는지 헤아려 보면서!

예사롭지 않아 시선을 붙드는 낱낱도 많다. 세계 최고 인터넷과 통신체계를 갖췄다는 한국에서 가장 안 되고 부족한 것이 `소통`이라는 역설적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263쪽). 미래의 소비는 생산자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결정한다(270쪽)는데, 정말 그럴까. `리니지`의 창조주 송재경씨가 “저는 지금도 신문에서 어떤 논설을 읽다 보면 `어휴,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 봐`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186쪽)”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비자 집단이 누구며, 이들이 어떻게 참여형 서비스들을 바꾸어 나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132쪽) 것은 왜일까. 도대체 왜 알려고 하지 않았는가.

기자는 여전히 `네오 르네상스`로 살고 싶다. 물론 `이 정도면 네오 르네상스에 걸맞은 마음의 지도겠지`하며 자신을 감싸고 달래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기자는 또 세상에 `네오 르네상스`가 많아지다 못해 흘러넘치기를 바란다. 욕심일까. 아니, 간절하다.

이제 묻자. 당신은 여러 날라리 가운데 어떤 종류인가.

황상민 지음. 미래의창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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