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경은 불경을 집대성한 경전이다. 천년 전 고려시대, 대장경을 오래 보존하고 널리 읽히려고 대장경판을 깎았다. 한지에 불경을 일일이 베껴 적고 이 한지를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글자를 한 자씩 새겨 간다. 이렇게 새기는 걸 판각한다. 이 작업이 가장 힘들고 오래 걸려서 한 사람이 한 달에 경판 두 장을 새기기가 힘들었다. 판을 다 찍고 나면 경판 위에 먹물을 칠하고 나서 깨끗한 한지를 덮어 골고루 두드리면 글자가 종이에 찍힌다.이 종이들을 엮으면 대장경이다. 16년 동안 경판수 8만여장에 5천만자를 새겼다. 겹겹이 쌓으면 백두산보다 훨씬 더 높다.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인류 문화유산이 고려대장경이다.
2011년은 몽골 침입으로 불타 없어져버린 초조대장경이 조성된지 정확히 천년 되는 해다. 나무의 수명은 1천년. 그래서 새로운 천년을 이어갈 목판 대장경을 다시 판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앞으로 천년을 버텨줄 목판 대장경 1호가 나왔다. 바로 `반야바라밀다심경(이하 반야심경)`이다. 불교방송에서 제작하고 SHOOP(http://www.shoop.co.kr)에서 판매한다.
제작방식은 천년전과 흡사하다. 재료는 산벚나무다. 나무의 건조와 방부처리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서체(폰트) 역시 평정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구양순체. 다만 각수가 손으로 새기던 것을 컴퓨터와 공작기계가 대신했다. 글자는 양각이다. 인쇄를 위한 경판이 아니어서 거꾸로 새기지 않았다. 옻칠한 뒤 먹을 입히고, 변형을 막기 위해 쇳덩어리로 모서리를 두른 것까지 동일하다. 가로 75cm,세로 24cm, 두께 2.5~2.8cm. 무게 4kg. 해인사에 보관된 대장경과 규격이 일치한다. 경판 뒷면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해인사에서 발행한 인증서도 함께 들어있다. 경판 판매수익금은 대장경 기념 재판각 사업과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 등에 쓰인다. 가격은 30만원이다.
이 목판에 새겨진 반야심경은 600백여권에 이르는 반야경의 내용을 260자로 함축해 만든 경이다. 부처 경전중 가장 짧은 경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삶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오른쪽부터 읽어보니 익숙한 문구가 나온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모든 유형(有形)의 사물(事物)은 공허(空虛)한 것이며, 공허(空虛)한 것은 유형(有形)의 사물(事物)과 다르지 않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먹냄새 흠씬 풍기는 목판에 봄•가을이면 세속에 나와 법향을 가득 안겨주던 법정 스님의 법어가 쟁쟁하다.
전자신문인터넷 김효연기자 coll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