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초 미국 라스베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는 SEMA(Specialty Equipment Market Association)쇼는 자동차 부품, 튜닝카, 타이어 등 총 12개 섹션에 걸쳐 40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나흘간 열리는 명실 공히 세계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자동차 상품 전시회다. 1963년 처음 개막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11월 2일부터 5일까지 개최되는 올해 전시에도 100개국 이상에서 십만 명 이상의 관련 업계 종사자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SEMA쇼는 한동안 자동차 부품업체나 튜닝업체들만의 잔치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 구입한 차량을 만들어진 그대로 타지 않고 자신의 입맛과 개성에 맞게 손보거나 꾸미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자사 제품이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훌륭한 밑바탕이 될 수 있음을 홍보한다. 주로 젊은이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 또는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한 차들이 그러한 대상이 되기 쉽지만, 실제 출품되는 차량들은 고급 세단과 SUV, 미니밴 등으로 다양해 굳이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현대, 기아자동차도 수년 전부터 SEMA쇼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현지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 개선에 많은 효과를 거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해 전시에 유명 애프터마켓 업체들과 합작해 탄생시킨 에쿠스와 제네시스 쿠페 등 총 여섯 대의 차를 출품했다.
에쿠스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 새롭게 소개하는 최고급 모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2011년형 모델로 출시되는 쏘나타 터보 역시 색다른 모습으로 선보여졌다. `엘레강트 에쿠스`는 VIP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요란스러운 외관에다 450마력을 발휘하는 V8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차의 높이 조절이나 오디오 조작, 유리창과 커튼을 여닫는데 아이패드를 사용하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자동차 전문지의 전문가들이 쏘나타 터보를 바탕으로 만든 튜닝카는 고성능 스포츠카들의 특징을 흉내 낸 것이 자랑이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LS라고 밝혔다. 외장은 무광택의 흰색 도색과 전용 바디킷, 카본파이버 장식, 20인치 휠, 아우디의 LED 안개등으로 꾸몄고 실내는 고급 스티칭 가죽과 스웨이드, 카본 파이버로 마감했다. 트렁크에는 JBL의 12인치 서브우퍼 2개와 한 쌍의 앰프를 넣는 등 오디오 성능에도 힘을 주었다.
기아자동차는 포르테 쿱의 타입R 버전을 선보였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출전하기로 한 미국 그랜드앰 경주의 영향을 받은 모델로, 어느 정도는 향후 양산차에 접목될 가능성도 있다. 일반 포르테 쿱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차체 각 부분이 차를 더욱 공격적으로 보이게 하며, 잔뜩 낮춘 차체에 18인치 휠을 끼워 고성능 차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SEMA쇼에 출품되는 차들이 모두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미국시장에서 판매할 두 가지 스페셜 에디션의 쏘울도 선보였다. `화이트 타이거` 에디션은 흰색 차체에 흰색 휠을 끼웠고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을 추가해 귀여우면서도 단단한 인상이다. 올해가 (백)호랑이해인데서 착안한 모델이라고 한다. 자매품인 `햄스타` 에디션의 쏘울은 국내에서도 방영중인 쏘울 TV광고 `햄스터`편의 인기를 반영한 상품이다.
한편 미국 토요타는 젊은 층을 위한 브랜드인 `싸이언`과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의 차량들은 물론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까지 튜닝해 이번 SEMA쇼에서 선보였다. 토요타에서 전시한 스웨거 왜건은 미니밴의 가운데 부분을 1.2미터 연장해 리무진으로 탈바꿈했다.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광고 동영상에서 이름을 따왔고, 인터넷 동호회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반영해 제작했다. 실내에 마루바닥을 깔았는가 하면 안마기능이 있는 시트와 냉장고 등을 배치해 가정용은 물론 접대용으로도 손색 없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